[릴레이 시론②/현인택]이제 안보 불감증에서 깨어나야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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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분별한 미사일 발사는 예견된 도발이었다.

이미 수주 전부터 발사의 징후가 포착되고 그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정상적이라면 정부는 ‘강력한 사전 경고’와 ‘긴밀한 외교적 노력’이라는 두 가지 선행 조치를 치밀하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사전 조치는 북한 미사일이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판별이 안 간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개성공단 및 금강산 사업은 계속하겠다’는 사전에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한발 더 나아가 해석하면 일종의 물타기 비슷한 발언 등으로 완전히 빛이 바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를 위한 관련국들의 긴밀한 공조가 제대로 작동되었는지도 불투명하다. 더구나 북한 미사일 발사는 결국 우리 정부의 대북 지렛대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서도 정부는 북한에 엄청난 양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했고 국민의 세금으로 각종 남북협력 사업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결국 대포동2호 한 발도 아니고 다수의 노동 및 스커드 미사일이다. 그것이 동해상으로 날아갔다 해서 우리 안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위해도 될 것인가. 이런 사태에 직면하여 우리 정부는 정말로 심각하게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가. 이러한 의문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로 보아서 결국 사태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미봉책으로 일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다.

문제는 지금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무엇을 해도 한 가지 해답밖에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우리 정부는 유화 일변도의 정책을 지속해 왔고 이것이 결국 정부의 안보 의식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간 정부는 금강산 관광, 남북한 철도 사업, 개성공단 사업 등을 남북한 협력의 실질적 진전으로 선전했으나 진정한 남북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들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협력 사업들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유화정책에 매달려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북한은 또 이를 무시해 결국 안보 상황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이번에 벌어진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이러한 패턴의 재판이다. 더 커다란 문제는 유화적 대북정책이 만들어 낸 ‘평화 착시현상’의 결과일 것으로 믿어지는 국민의 안보 불감증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 안보에 심각한 경고음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내에서는 그것을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폐기가 정부 여당의 제기로 공론화되어 있고, 한미동맹의 불협화음은 물론 주한미군의 평택 이주조차도 좌파세력의 반대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 안보가 좌초하고 있는데 그 배에 탄 국민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직접적 도발은 아니라 할지라도 심각한 안보적 위협임에 틀림이 없다. 더구나 앞으로의 북한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가뜩이나 가사 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은 더욱 표류할 것이다. 북한의 이번 발사를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북한식 제의로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화로 나올 가능성은 발사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발사에 대한 강력한 사전 경고를 해 온 터이고,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지금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발사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패턴을 따라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북-일 관계도 이미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한적 제재 조치를 선언함으로써 당분간 경색될 것이다. 중국의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한계가 노정되었고, 6자회담 무용론이 점증하는 데다 북한이 회담에 조기에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중국의 6자회담 중재도 탄력을 받기는 어렵게 되었다. 결국 북한이 전가의 보도처럼 자신의 매뉴얼에서 더욱 강력한 압박전술을 꺼내 들었는데 이러한 전형적 북한 전술이 이번에도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향후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에 매달리는 해결책은 효과적 방안이 아니다. 그것은 미사일 능력을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998년 발사 이후 유예 조치에 합의했지만 이번 경우에서 보듯 언제든지 무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욱 근본적인 처방이라야 한다. 북한 핵 문제나 미사일 문제나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는 의지가 구체적으로 표명되는 형태의 조치가 아닌 다른 것은 모두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안보가 담보되지 않는 협력은 무의미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는 지켜야 할 필요가 있으나 그 목적인 한반도 평화를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의 수단은 상황에 따라 달리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안보를 위해 정부는 무엇을,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이번 기회에 깊이 깨닫는다면 그것은 그나마 우리가 이런 와중에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될지 모른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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