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위기]‘美 제재 안풀면 쏜다’ 위험한 도박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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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미사일을 ‘북한식 생존전략’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핵폭탄과 이를 실제로 무기화할 수단인 미사일을 확보해야 자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또 미사일 수출은 좋은 돈벌이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위기 상황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미사일에 집착하나=북한은 미사일의 생산, 시험, 배치가 순수하게 자위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그 누구도 가타부타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사일이 ‘민족의 존엄과 운명을 지켜 내는 수단’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이 1950년 6·25전쟁 이래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대북 선제공격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도 자위 수단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이 궁핍한 경제를 살릴 ‘외화벌이의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은 1987∼94년 자체 개발한 스커드 미사일 260여 기를 이집트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에 팔아 6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또 2004년 미 의회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995∼2000년에는 완제품 대신 부품 및 기술 수출 위주로 전환해 매년 5억 달러 상당을 중동국가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6∼99년 미국과 미사일 협상을 벌일 당시 중장거리 미사일 포기의 대가로 매년 10억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미사일이 미국으로부터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협상카드(bargaining chip)’라는 인식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은 방북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이 된다면 미사일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의 득실=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당장은 대미 협상력 제고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6자회담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를 계속했고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사거리 6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또는 개량형) 발사에 성공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미국 영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으로서는 이를 미국을 상대로 직접 협상을 시도할 수 있는 지렛대로 인식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에 성공할 경우 현재 중동에 국한된 미사일과 부품 및 기술을 팔 수 있는 고객 리스트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 내적으로는 내부 결속 강화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기대하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오히려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강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고 북한의 통치 자금줄이 완전히 막히면서 김정일 체제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발사된 미사일이 요격될 수 있다는 점도 북한은 부담이다. 실제로 요격에 성공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개발 효과는 수포로 돌아가고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북 지원에 적극적인 한국 정부도 미사일이 발사되면 지원을 중단하라는 내부와 외부의 강한 압력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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