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단속도… 對與투쟁도… 초점 잃은 한나라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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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는 13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비방전 양상을 우려하며 이를 자제해 줄 것을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는 13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비방전 양상을 우려하며 이를 자제해 줄 것을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김경제 기자
“당에 중심이 없다.”

한나라당 내에선 5·31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과 추문이 불거지고 있지만 지도부는 속수무책인 양상이다. 각종 정국 현안에 대한 대처도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당이 중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공천 둘러싼 파열음=공천 잡음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이다.

최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시의원이 홍문종(洪文鐘) 경기도 공천심사위원장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공천 희망자 2명으로부터 1000만 원씩 수수했다가 뒤늦게 돌려줬다는 제보가 접수돼 당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남 양산시장 오모 씨는 경남지역 공천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6명에게 유명 사찰 주지스님의 서화(100만∼300만 원)가 든 봉투를 전달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오 씨는 13일 탈당하고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경기도당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인사가 공천심사위원에 포함됐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자 위원 직을 사퇴하는 파동을 겪었다.

당 지도부의 ‘공천비리 엄중조치’ 다짐은 공포탄에 그친 상황이다.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공천 잡음을 따라잡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시도당에 공천심사권을 준 ‘분권형 공천’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12일에는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맹형규(孟亨奎) 전 의원측 실무자가 홍준표(洪準杓)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가 유출되면서 홍 의원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3일 “공천 제도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서 새 제도가 도입되면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불협화음도 나올 수 있다. 이런 건 개선하면 되지만 당 내 경쟁자끼리의 비방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희(崔鉛熙) 어물쩍 넘기자?=당 사무총장이었다가 성추행 사건으로 탈당한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가 사회적 현안이 돼 있지만 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박 대표는 방일 마지막 날인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내가 국민에게 사과도 했고 당이 할 수 있는 여러 책임 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의원직 사퇴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이 당과의 연락을 꺼리는 데다 한나라당이 자신을 너무 몰아붙인다는 반발감을 갖고 있어 의원직 사퇴를 종용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기는 하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연락이 돼야 의원직 사퇴를 말할 것 아니냐.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하고 있다.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진수희(陳壽姬) 의원 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한 의원은 “(진 의원이) 저렇게 말하고 다니면 본인이 곤란을 당했을 때 누가 도와주겠느냐. 너무 설치고 다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직자들 사이에선 “교도소 재소자 12명에 대한 성추행 사건만 해도 국정조사와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등 공세를 펼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 문제가 정리 안 돼 호재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세주’ 이해찬(李海瓚)?=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에 따른 ‘반사이익’은 챙기고 있다. 이 총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검찰에 고발했으며 다른 야당과 함께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방호(李方鎬) 정책위의장은 “이 총리가 후임 장관 제청 등의 이유를 들어 시간을 두고 물러난다는 식의 꼼수를 쓴다면 더더욱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허태열(許泰烈) 사무총장도 “사의표명을 받고도 처리하지 않고 이 총리하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식으로 나온다면 중대국면이 올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 총리 골프 파문이라는 호재(好材)를 최대한 활용해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다. 성추행 사건의 뒤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골프 파문의 경우도 제1야당으로서의 전투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내부의 비판이다.

한나라당은 언론의 자체 추적보도 결과 이 총리의 3·1절 골프가 정경유착의 개연성이 있는 사건으로 비화된 10일에서야 비로소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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