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선출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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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24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의원(왼쪽)이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축하합니다”
24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의원(왼쪽)이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이 24일 새 원내 사령탑으로 김한길 의원을 선택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투표 참여 의원 141명(재적의원 143명) 가운데 88표를 얻어 49표를 얻은 배기선(裵基善) 의원을 큰 표차로 누르고 1년 임기의 새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대표의 당선은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 상황,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좀처럼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는 당 지지도 등 여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여권의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1997년과 2002년 대선 전략을 수립한 ‘지장(智將)’으로 당내에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야 협상이나 대국민 설득 면에서 노련미를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던 것.

김 대표는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가까운 사이다. 이 때문에 이날 선거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는 “정동영계의 승리다”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동영계가 결집력을 발휘한 것이다” 등의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표를 던진 88명의 의원 중 상당수는 정동영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정동영계의 승리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한 초선 의원은 “구체적으로 원내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김 대표의 비전이 선명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2002년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 후보 단일화 과정, 2004년 총선 과정의 막전막후를 소개하면서 “5월 지방선거, 해낼 수 있다. 이기고 해내는 여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런 단호한 태도가 자신감을 상실해 가고 있던 여당 의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1·2개각 파동 후 당-청 갈등의 기류가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우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그의 당선은 청와대 주도의 당-정-청 관계에 대한 여당 내부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측면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김 대표가 ‘여당의 자신감 회복’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야 관계는 상당 부분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당장의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사학법 개정 문제 등과 관련해 ‘원칙 없는 대야 협상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가 이날 “우선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대여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김 대표는 “국회의원이 국회에 등원하는 데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재개정을 전제로 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대표 또한 ‘투쟁력’ 면에서는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 상태로 가면 여야 간에 ‘강(强) 대 강(强)’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경색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장기화된 국회 파행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여야의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의외로 타협점을 쉽게 찾을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일단 이달 말로 예정된 국무위원 및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 청문회 개최를 위해 25일 야 4당 원내대표들과 상견례를 할 계획이어서 협상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한길 대표 일문일답▼

김한길 열린우리당 새 원내대표는 ‘그 어떤 사람도 설복시키고 감동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반면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듣는다.

한 재선 의원은 “논리적이고 냉철하지만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수 있는 화법을 구사한다”고 평했다.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던 1992년 14대 대선 때 정주영(鄭周永) 국민당 후보의 공보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MBC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등의 프로그램에서 어눌하지만 구수한 진행으로 성가를 높이다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전국구 의원으로 원내에 입성해 대변인을 지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쳤다.

2002년 대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선거전략을 지휘한 전략기획통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철(金哲) 전 통일사회당 당수는 1969년 3선 개헌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의 운영위원이던 시절, 당시 외곽조직인 민주수호청년협의회 회장이었던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찾아가 자문하곤 했던 사이였다. 부자가 모두 이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됐다는 점이 정치권에선 화제가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24일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열린우리당 의원들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고여 있는 기름에 점화시켜 스스로 불타오르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야 4당이 ‘윤상림 게이트’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윤상림 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 그렇고, 줄기세포 건의 국정조사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설 명절 치안수요도 있으니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라도 마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며 “25일 야당 원내대표들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잘 설명하겠다”고 말해 장관과 별개로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우선 실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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