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사후 野 때리는 것 아니냐”…야당이 더 긴장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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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16일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의 열린우리당 당비 대납 사건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을 수색한 뒤 서류를 압수해 가고 있다. 박영철  기자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16일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의 열린우리당 당비 대납 사건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을 수색한 뒤 서류를 압수해 가고 있다. 박영철 기자
열린우리당의 유령당원 가입 및 당비(黨費) 무단 인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6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한 것을 둘러싸고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수사기관이 특정 지역의 당원 문제를 수사하기 위해 정당을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특정 지역의 당원 명부를 통째로 압수수색한 것도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외견상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열린우리당이 범죄 행위를 자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유령당원, 당비대납 등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여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명분으로 야당에까지 당원 명부를 내놓으라는 등 압박을 가해 올지 모른다는 게 야당의 우려다. 이번 경우도 열린우리당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면 되는데도 굳이 압수수색을 한 것 자체가 앞으로 야당에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압수수색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은 통상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사전에 통보됐고 열린우리당 측이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건네받는 식으로 15분 만에 끝났다.

여당과 달리 야당은 특히 당원 명부가 공개될지 모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당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야당은 당원 명부를 비공개로 하는 게 상식이며 독재정권 시절에도 수사기관이 야당의 당원 명부를 뒤지는 일은 하지 않았다.

전례가 이러한데도 정부가 ‘당원 모집에 문제가 있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당원 명부를 제출받아 수사하겠다고 언명하고 실제로 여당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를 빌미로 야당 지지자들을 옥죄려는 의도라는 것.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정당정치에 대한 말살” “5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작”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 후보들을 사찰하고 당의 생명이자 근간인 당원 명부를 압수해 야당의 발목을 잡아 놓으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또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경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정략적 의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당원 명부가 까발려진다면 야당에 가입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서도 없던 짓을 하려 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과는 별개로 야당에 대한 당원 명부 제출 등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수사의 발단을 제공한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여야 구분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 당비의 불법 징수나 진성당원 모집과 관련한 불법행위가 발본색원되게 협력하고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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