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盧대통령 ‘주머니’ 안에서 나온 장관들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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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집권 4년째 해의 첫 공식 업무로 과학기술 통일 산업자원 노동 등 4개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대다수 국민의 요구는 “전문가 중심의 화합형 내각을 만들어 민생경제에 전념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노 대통령은 그에 응하지 않았다.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이상수 전 의원을 10·26 재선거 낙선 뒤 곧바로 노동부 장관에 기용한 것은 ‘보은(報恩)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주(自主) 외교’를 막후 조율해 온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통일부 장관에 전진 배치한 것도 ‘민족공조’를 계속 ‘정권 코드’로 밀고 가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과학부총리에 기용한 것이나, 정세균 열린우리당 임시의장 겸 원내대표를 산자부 장관에 기용한 것은 ‘윗돌 빼 아랫돌 괴기’식 인사의 전형이다.

특히 사학법 파동으로 정국이 파행을 빚고 있는 데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여당 원내대표를 각료에 기용한 것은 정당정치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김완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 보류를 발표하면서 “유 의원이 내각에서 일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의 ‘양해’를 압박하면서까지 특정 인물을 입각시키려는 것은 청와대의 여당 무시를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게 아닌가.

노 대통령은 임기 초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않겠다”며 각료를 편의주의적으로 교체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서 그동안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받아 온 산자, 노동 장관을 ‘장수(長壽) 장관’이라는 이유로 교체했다. 여기에 입각 대상자에 대한 정치적 배려나 노동계의 부당한 퇴진 요구가 작용했다면 대통령 스스로 국정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개각으로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는 거듭 드러났다. 민의는 물론 당심(黨心)마저 외면한 인사로 새해를 시작해서야 이 정권에 희망을 걸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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