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강정구 파문’ 北이 침묵하는 이유는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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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 문제로 남한이 떠들썩한데도 북한은 조용하기만 하다. 평소 남한의 정당이나 기업, 특정 인물의 발언까지 시시콜콜 간섭해 온 것에 비춰 보면 이상할 정도다.

14일 평양방송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긴 했다. 그러나 북한의 속내를 읽을 수는 없었다.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밝힌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을 남측의 한 시민단체가 비난한 성명을 논평 없이 보도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침묵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전현준(全賢俊)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북측은 지금 이 시점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북한과 강 교수 모두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만약 강 교수를 두둔하면 “역시 강 교수와 북한은 뭔가 통한다”는 말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가 6·25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강 교수는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했지만 ‘남침’은 별개의 문제다. 북한은 아직도 6·25전쟁은 남한의 북침으로 시작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어느 경우든 북한이 남한 내의 ‘역풍’까지 계산해 가며 대남 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평양에서 공연 중인 집단체조극 ‘아리랑’에서 인민군이 ‘적군’을 때려눕히는 장면을 삭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인민군이 무찌르는 적군이 한국군이 아니냐는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돈을 주고 ‘아리랑’을 보러 오는 남한 관람객을 구태여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엿보인다.

용의주도한 북한의 대남정책은 우리의 대북정책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끼리’라는 말로 민족 공조를 강조하는 북한은 과연 대남적화 전략을 포기한 것일까. 북한은 정말로 핵무기를 폐기할 결심을 한 것일까.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과연 옳은 선택일까. 의심은 끝이 없으나 해답은 시원하지 않다.

지금의 남북화해 노력을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화해의 노력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과정도 중요하다. 북한의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그중 하나다.

이명건 정치부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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