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고영선]공공부문평가, 투입보다 결과 살펴야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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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성과관리는 매우 취약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농업분야에 수십조 원의 재정자금이 투입됐지만 농민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고 농업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가에 대한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 들어 기획예산처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공공부문의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감사원 평가연구원도 지난달 말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공공부문에서 성과관리가 중시되는 이유는 공공부문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 경쟁업체에 비해 질이 낮거나 가격이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서비스 공급은 독점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시장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책임성이 약화되며 효율성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성과관리의 목적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과 질을 평가해 책임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이때 평가의 초점은 투입이 아닌 산출과 결과에 맞춰져야 한다. 즉 얼마나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했으며 어떠한 편익을 낳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전통적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투입 위주로 이뤄져 왔다. 다시 말해 공무원들이 정해진 대로 예산을 집행하고 부정의 소지는 없었는지를 주로 찾아보는 것이다. 감사원의 회계감사 및 직무감찰은 이러한 투입 위주의 성과관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통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약화시키고 공무원들이 창의를 발휘할 여지를 줄임으로써 공공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게 된다. 특히 현재와 같이 복지 지출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산출 및 결과에 대한 성과관리를 통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복지·노동·교육 등 사회분야의 지출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성과평가가 대대적으로 확산된 경험이 있다. 우리는 성과평가를 위한 기초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그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기획예산처 등 행정 부처들이 성과평가를 강화하기로 하고 감사원도 성과관리를 강화하는 등 시스템 감사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당 부처가 스스로 자료를 축적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후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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