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꿩먹고 알먹기’ 北전략 꿰뚫어야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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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관측통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회담 기간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6개국이 3년간 힘겹고 복잡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19일 참가국들은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중대 원칙을 담은 공동성명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승낙은 당연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이 이미 보유를 선언한 핵무기를 불과 반년 만에 ‘그토록 빨리’ 포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데 동의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은 미국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동의(공동성명에서는 ‘존중’으로 표현)한 데 대해 놀라워했다. 1994년 제네바 핵합의를 폐기한 이래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북한이 이 같은 권리를 갖는 것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은 확실히 북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중대한 돌파구를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성명은 6자회담이라는 협상 틀이 불가결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으며 각국의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정책적 딜레마를 현저히 완화시켰다.

좀 더 중요한 것은 공동성명은 그 불명확성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이 일단 약속을 한 것이라는 점에서 양국이 향후 후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당 부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2가지 요소 때문이다. 첫째는 미국이 회담장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 관료들이 지난 3년간 누누이 밝혀 온 ‘철저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비핵화 방침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모종의 ‘부분 해결’(1994년 제네바 합의는 일종의 부분 해결이었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공동성명이 모호성과 공백(空白)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모호성은 이미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한다’는 조항을 포함해 ‘북-미는 각자 쌍방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한다’는 등의 여러 조항에 담겨 있다.

공백은 핵 사찰과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모호성과 공백은 북-미 간의 중대한 이견을 일단 덮어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모호성과 공백 때문에 공동성명은 가까스로 탄생할 수 있었다.

공동성명 발표 다음 날 북한은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전에 경수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는 공동성명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경수로 제공의 선후를 둘러싼 논란은 북한, 중국, 한국이 주장했던 핵문제 해결의 ‘동시 행동’ 원칙이 사실상 뒷전으로 미뤄진 것이기도 하다.

모호한 공동성명과 달리 모호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앞으로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꿩 먹고 알 먹는’ 결과를 얻으려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영변 원자로 폐기를 둘러싸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딜(deal)’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외교적 상황은 북한에 다소 유리해 보인다. 제5차 6자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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