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정서’에 관한 盧대통령의 이중 잣대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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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중앙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삼성그룹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초과 보유 논란과 관련해 “삼성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정서’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정서를 ‘심판’의 근거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 가뜩이나 ‘떼법’ 또는 ‘정서법’이라는 희한한 것이 ‘실정법’을 무력화(無力化)하며 법치(法治)를 흔드는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법을 따지기 전에 국민정서를 판단 잣대로 내세운다면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경제와 시장의 혼란 및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민정서에 관한 노 대통령의 태도는 너무나 이중적이다. 연정론(聯政論)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민심을 추종하는 것만이 대통령의 할 일은 아니다”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여론의 대세가 국정쇄신을 위한 인사(人事) 개편을 요구할 때마다 노 대통령은 “개각에 대한 민심은 정당이 말하고 언론이 유포시킨 것”이라며 일축했다. 군(軍)의 잇따른 사건·사고와 관련해 윤광웅 국방장관을 경질하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을 때도 “국민정서를 생각할 때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을 고려할 만하지만 국방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유임시켰다.

노 대통령이 말한 ‘삼성에 대한 국민정서’라는 것이 절대다수 국민의 정서인지도 의문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세력이 법률 논리를 넘어서서 ‘삼성 때리기’를 해 왔는데, 이를 국민정서로 확대해석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국민정서건 법이건 입맛대로 따르거나 무시하는 것은 대통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더구나 법으로 안 되는 사안을 국민정서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법치의 기틀을 흔드는 일이다. 노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정서를 존중한다면 ‘경제에 전념하라’는 절대적 민심부터 수용해야 할 것이다.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경제 올인론은 선동정치”라고 주장했지만 이야말로 국민정서를 거스르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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