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가 단독 입수한 전 북한 핵심 관료의 육필 수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측근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심화조(深化組) 사건’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숙청작업을 벌였다.
‘심화조 사건’은 1997년 8월 전 노동당 중앙위 농업담당 비서 서관히가 6·25전쟁 당시 미국 간첩으로 포섭됐다는 혐의를 받고 평양에서 공개 처형되면서 시작됐다. 서관히는 식량난에 시달리던 북한 군중의 돌에 맞아 죽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사회안전성에 ‘심화조’를 구성해 김일성 측근들을 제거해 가기 시작했다. ‘심화조’라는 명칭은 주민등록 관련 문건을 심화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 심화조의 총인원은 8000명에 이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내 주민등록 문건부터 조사하라”며 사회안전성에 ‘공화국 최고의 특권’을 줬다. 심화조의 막후 지휘자는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張成澤)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서관히 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성은 장성택의 영향력 아래 최고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심화조는 서관히 처형 후 두 달도 안 돼 ‘6·25전쟁 때부터 현재까지 잠복해 있던 간첩들을 적발했다’는 이른바 ‘용성 간첩’ 사건을 다시 조작했다.
이들은 1984년 사망해 혁명열사릉에 묻혀 있던 중앙위 전 농업부장 김만금의 유해를 다시 파내 공개재판을 한 뒤 유해에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심화조 사업이 사회적인 불안과 불신을 확산하고 있음을 간파한 김 위원장은 심화조를 해산하고 관련자를 모두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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