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北核위기 돌파구는]가키자와 前일본 외상에게 듣는다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57분


코멘트
가키자와 고지는△도쿄(東京)대 경제학부 졸업△관방장관 비서관, 참의원의원, 중의원의원(7선)△환경차관 운수차관 외무차관(1991), 외상(1994)△현재 도카이대 교수, 일본-리비아 우호협회 회장
가키자와 고지는
△도쿄(東京)대 경제학부 졸업
△관방장관 비서관, 참의원의원,
중의원의원(7선)
△환경차관 운수차관 외무차관
(1991), 외상(1994)
△현재 도카이대 교수,
일본-리비아 우호협회 회장
북핵 1차위기 때인 1994년 일본 외상을 지낸 가키자와 고지(枾澤弘治) 도카이(東海)대 교수는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나라는 일본”이라며 정색을 했다. 그는 1차 위기 때는 인천항을 통한 한국 거주 일본인 대피안을 검토했을 만큼 급박했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16, 17일 이틀간 차관급 회담을 가졌는데 남측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중요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했다. 차관급 회담이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북-미 회담을 지지하듯 남북회담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일보 진전이란 점에서 찬성한다. 문제는 내용이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지원책만 우선시되면 오히려 북한의 핵 포기 시기만 늦출 뿐이다. 남북회담이 그런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의 역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1994년 외상 재직 때 북한이 플루토늄 7kg, 핵탄두 1, 2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 뒤 결정적 변화가 생겼다. 북한과 가까운 파키스탄이 핵실험에 성공해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1994년 북한은 핵 실험 능력이 없었으나 현재는 당시보다 능력이 훨씬 향상된 것이 틀림없다.”

―한국이나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핵 실험 정보가 없다는데….

“북한 핵실험이 바람직하지 않기에 한국은 ‘희망적 관측’을 말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나라는 같은 민족인 한국도, 태평양 너머 미국도 아니다. 바로 일본이다. 그래서 일본의 북핵 대응 방식은 한국이나 미국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왜 2차 위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보나.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1차 위기 해결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었다. 시간을 늦추었을 뿐이다. 북한은 그 뒤 시간을 유효하게 사용했다. 북한은 1994년 당시 핵탄두 운반수단이 없었지만 그 뒤 ‘대포동’, ‘로동’ 미사일 등을 개발해 이제 핵무기와 운반수단 양면에서 능력이 강화됐다.”

―한국 일본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 중이나 북한의 거부로 회담 무용론이 무성하다.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나.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 6자회담은 당초부터 무용지물이었다. 앞으로도 제 기능을 못할 것이다. 6자회담은 참가국의 자기만족 수단에 불과하다.”

―북핵 위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예측불허다. 무엇보다 미국의 태도가 애매하다. 1차 위기 때 미국은 대북 경제봉쇄와 안보리 회부를 상정하고 행동했다. 주일미군은 동해에 인접한 일본의 모든 민간 항구를 대상으로 군함이 정박 가능한지 조사했다. 북한 선박 봉쇄 준비였다. 일본 정부도 미군 함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육상전투 발발 시 2만 명가량의 재한국 일본인 피란책도 검토됐다. 대만 등지의 민간 배를 빌려 인천항을 통해 수송하는 안이었다.”

―지금의 위기를 1차 때의 ‘제네바 합의’ 같은 일괄타결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럴 경우 한국 일본 미국이 북한에 줄 ‘당근’으로는 무엇이 있나.

“미국은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고 체제 보장을 해줘야 한다. 다음은 경제 지원이다.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근’을 절반밖에 줄 수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게 있나.

“북한은 리비아식으로 핵 개발을 포기하고 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미 양자회담도 열어야 한다. 일본이 북-미 양자협상을 권할 수도 있다. 물론 일본으로서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다.”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핵 문제가 해결되면 수교협상도 타결될 것으로 보나.

“일본인 납치문제는 정치문제가 되었다. 북한이 그 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도 수교 협상에 진전은 없을 것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가키자와 고지는…▼

△도쿄(東京)대 경제학부 졸업

△관방장관 비서관, 참의원의원, 중의원의원(7선)

△환경차관 운수차관 외무차관 (1991), 외상(1994)

△현재 도카이대 교수, 일본-리비아 우호협회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