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대화로 충돌 막아야”

  • 입력 2005년 3월 27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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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장팅옌 전 주한 중국대사(중앙 테이블 왼쪽에서 두 번째)가 준비해 온 원고를 들어올리며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한 동아일보와 런민일보의 역할과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25일 ‘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장팅옌 전 주한 중국대사(중앙 테이블 왼쪽에서 두 번째)가 준비해 온 원고를 들어올리며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한 동아일보와 런민일보의 역할과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동아일보와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공동 주최한 ‘동아일보 창간 85주년 기념 심포지엄: 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가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본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PEACE21)가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60년간 한중 양국 관계의 변화를 진단하고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양국의 역할 등을 점검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노력과 역할, 고구려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발전적 대안을 제시했다. 런민일보는 26일자 신문 1면과 3면에 이날 심포지엄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종욱 전 주중대사 “최근의 갈등은 과도기적 성장통”▼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이 일찍이 한국과의 수교방침을 정한 것은 경제적 동기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 외교부장을 지낸 첸치천(錢其琛) 전 부총리의 회고록에 따르면 덩 주석은 한중 수교가 한국과 대만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통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중국이 한국과의 수교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시점은 1982년 가을부터 이듬해 8월 사이로 추정된다. 정식 수교가 이뤄진 1992년까지는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방관계 때문이었다. 중국은 북한의 반대를 예상하고 북한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한중 수교협상이 마무리된 1992년 7월 첸 전 외교부장은 장쩌민(江澤民) 총서기의 구두메시지를 당시 김일성(金日成) 북한 주석에게 전달했지만 김 주석의 반응은 냉랭했다. 후유증은 오래 갔다. 39차례나 공식 비공식으로 중국을 찾았던 김 주석은 1991년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2000년 중국을 찾음으로써 양국 정상회담은 9년 만에 재개됐다.

수교 이후 한중 간의 관계 발전은 놀랍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류협력 대상국이다. 물론 2000년 마늘 분쟁, 탈북자 처리 문제, 1997년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국제비서의 망명 등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초기의 양국간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는 점차 경쟁적 측면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고구려사 파동 이후 한국민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점차 식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선 새로운 단계로의 질적 도약을 위한 과도기적 성장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 정세 역시 최근 상당히 요동치고 있는데 특히 일본의 우경화와 일본-미국의 관계 강화가 두드러지는 등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나오고 있는 듯하다. 과거 냉전시대의 남방 3각(한국 미국 일본)과 북방 3각(북한 러시아 중국)의 대결구도가 재현돼 한중관계가 다시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장팅옌 전 주한대사 “6자회담내 협력 더 돈독히 해야”▼

1992년 8월 24일 이뤄진 중국과 한국의 수교는 양국의 관계발전을 위한 광활한 길을 열어주었다. 양국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모든 방면에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2003년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회담을 갖고 중-한 관계를 기존의 피상적인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향한 전면적인 동반자적 협력 관계’로 나아간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이미 △상호신뢰관계 구축 △국제외교무대에서의 상호협력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공동노력 △교역 확대 △과학기술 군사 문화 및 체육 분야의 교류 증진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한 관계가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첫째, 중국 측은 한반도의 평화적 자주통일을 지지하고, 한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양국 간 관계발전의 큰 동력이 됐다.

둘째,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상호지지와 협력을 강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의 주도적인 역할에 인식을 같이한 점도 두 나라의 협력관계 강화에 도움이 됐다.

셋째, 한국과 중국은 상호주의라는 대원칙 아래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대(對)중국 투자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했고, 중국도 경제발전에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윈-윈’ 게임이었던 셈이다.

중-한 관계의 미래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양국 지도자들이 상호방문을 계속해 양국 관계는 물론 국제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또한 6자회담 내에서의 중-한 양자협력을 더욱 돈독히 해 남북 간의 화해협력과 북-미, 북-일 관계의 개선을 가속화해야 한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두 나라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양국이 서로의 의견을 진솔하게 교환하고 예상되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면 이런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정리=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김학준 사장 환영사 “양국 건설적 발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의 60년을 돌이켜보면 한국과 중국은 지난날의 소원했던 관계를 벗어나 국교 수립 이후 빠른 속도로 협력을 증진해 가고 있으며, 이 지역 평화와 번영의 주요한 축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한국은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이러한 정신으로 두 나라의 협력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오늘날 이 지역에서는 새롭게 군국주의 분위기가 성장하고 있고, 군국주의 분위기를 체제화하려는 세력도 있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지휘 아래 국내적으로는 조화(調和), 국제적으로는 평화(平和)를 지지하는 ‘양화(兩和)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우방인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 이번 학술토론회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앞으로 건설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장옌눙 총편집 축사 “상호간 신뢰 높이는 행사”▼

이번 학술토론회는 대화와 교류를 통해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 양국 국민 간에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우호와 신뢰를 더욱 증진시키는, 의미 있는 행사다.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 한국이 더욱 좋은 친구가 되려면 상호 신뢰 구축이 중요하며 양국 언론매체는 이해와 신뢰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행사는 중-한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여 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0기 3차 회의에서 ‘반국가분열법’이 통과되었는데 중국 인민들은 국가주권과 영토보전을 원하고 있다.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이자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60주년 및 한반도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지 60년이 되는 해다.

양국의 대표적 신문인 런민일보와 동아일보가 한자리에 모여 중-한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참가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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