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訪韓 뭘 남겼나]한국만 점점 멀어져간다

  • 입력 2005년 3월 2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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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내에서 ‘5 대 1’의 일방적인 고립에 빠졌던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북방 3각 동맹’을 부활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신(新)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과거사 문제와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위기에 빠져들고 있고, 한국과 미국은 동맹 재조정 문제로 관계가 그리 매끄럽지 않은 상태.

▽북한의 신등거리 외교=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1960년대 소련과 중국이 공산주의의 맹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당시의 ‘줄타기 외교’를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힘을 쏟는 데는 2월 10일 외무성의 ‘핵무기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성명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심화된 것을 타파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외무성 성명 발표 후 첫 공개 활동으로 2월 17일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무용단 공연을 관람했고, 3월 8일에는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전격 방문해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나친 중국 의존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박재규(朴在圭·전 통일부 장관) 경남대 총장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이 매운 돈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외무성 성명발표를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결례’를 만회하려는 듯 지난달 19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이 직접 접견했고, 6자회담에 ‘조건부 참가’를 약속하는 성의를 보였다. 22일에는 박봉주(朴奉珠) 북한내각 총리의 중국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사면초가’ 한국 외교=반면 한국-미국-일본의 ‘남방 3각 동맹’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대일관계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및 역사왜곡 문제로 심각히 경색되고 있고, 대미관계에서도 북핵문제의 해법 등을 놓고 이견이 빚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미일 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3각 동맹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는 공식적으론 양국관계가 좋다고 말하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에게 북핵문제의 해법 외에 일본과의 갈등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에도 주력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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