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관대첩비 돌아온다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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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 스님
초산 스님
북관대첩비가 올해 안에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에 약탈당한 지 100년 만이다.

비석을 보관 중인 일본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측은 1일 반환운동을 펼쳐 온 한일 민간단체 대표와의 면담에서 남북한 간 합의가 전제되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경유해 공식 요청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후 도쿄 신사 사무실에서 난부 도시아키(南部利昭) 궁사(宮司·주지 스님에 해당)와 면담한 북관대첩비 환국 범민족운동본부 회장 초산(樵山·76) 스님은 면담 직후 이같이 밝혔다.

초산 스님은 이어 “3월 말경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 심상진 부위원장과 만나 남북간 협정서를 작성하고 이를 한일외교경로를 통해 신사 측에 건네주면 이르면 4월 중에라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는 북관대첩비. 북관대첩비 환국범민족운동본부 회장인 초산 스님 일행이 1일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비각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신사 측은 “철책 때문에 안 된다”며 막았다. 야스쿠니 신사(도쿄)=조헌주 특파원

남북한 민간단체는 이미 지난해 12월 금강산에서 회동, 일단 남측이 대첩비를 인수한 뒤 북측에 넘기기로 합의를 해놓은 상황이다.

이날 면담에는 8년여간 일본에서 대첩비 반환 여론을 조성해 온 일한불교복지협회 회장인 가키누마 센신(枾沼洗心·75) 스님, 일본 외무성에 반환촉구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방일한 열린우리당 소속 김원웅(金元雄) 이종걸(李鍾杰) 의원도 동석했다.

가키누마 스님은 “비석 반환을 위한 장애물은 이제 모두 제거된 상태”라면서 “북관대첩비 반환은 한일간의 진정한 우호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 측은 그동안 “우리 것이 아닌 만큼 반드시 돌려준다”고 반환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원래 북한에 있던 것인 만큼 수교 후 북한에 돌려주겠다” “원래 일본 정부가 여기 가져다 놓은 만큼 정부로부터 반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반환을 거부해 왔다.

그 사이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외무성 고위관계자를 면담한 김원웅 의원도 “일본 정부 내에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체결한 문화재 귀속에 관한 협약을 들어 대첩비 반환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면서 “그러나 북관대첩비만은 예외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도쿄)=조헌주 특파원hanscho@donga.com

▼북관대첩비▼

이 비는 임진왜란 때 함경북도 길주에서 조선 의병을 이끈 충의공 정문부(鄭文孚) 장군이 왜적을 격파한 것을 기념해 숙종 35년(1709년)에 세운 승전비.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때 이를 강탈해 지금까지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해 왔다.

▼북관대첩비 관련 일지▼

1709년(숙종 35년) 임진왜란 때 정문부 의병대장이 왜군 무찌른 공 기려 함북 길주에 건립

1905년 러일전쟁 때 일본군이 약탈. 그 뒤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

1979년 한국 정부, 일본에 반환 요구. 일 정부 “민간 소유라 정부 간여 곤란”

1996년 일한불교복지협의회 가키누마 센신 스님, 신사 측에 반환 촉구

2000년 한일불교복지협의회 초산 스님, 반환운동 한일 공동추진 합의

2004년 7월 북관대첩비 환국 범민족운동본부 발족

2004년 12월 남북 민간단체 회담. 남측 인수 후 북측에 전달 합의

2005년 1월 북관대첩비 환국 범민족운동본부 발대식(상임고문 이한동 전 총리)

2005년 3월 1일 신사측, 한일 외교경로 통해 요청 있으면 반환하겠다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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