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중간평가]“개혁 이념 집착해 사회통합 실패”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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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관리 제도는 발전시켰지만 내적 위기관리에선 취약점을 드러냈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양승함·梁勝咸 정치외교학과 교수)이 21, 22일 연세대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국가관리: 중간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하는 춘계학술회의 발표문에서 학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 2년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국가관리의 기본철학과 비전’ ‘민주주의와 국가관리’ ‘정부조직과 국가관리’ ‘대표체계와 국가관리’ ‘경제·교육·지식-개혁과 통합의 국가관리’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등 6개 분야로 나눠 모두 18명의 학자들이 발표한다.

▽사회 통합 실패=양승함 교수는 발표문 ‘노무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가관리원칙’에서 “참여정부는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으로는 존립할 수 없다는 개혁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주었지만 사회통합의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이념·세대·계층·지역이라는 복합적 갈등을 보였다”며 “이는 현 정부가 개혁의 명분과 이념에 집착해 개혁정책을 추진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국가통치관리(governance)는 정부와 비정부기구, 공식과 비공식 루트를 포괄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운영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코드인사’ 등 자기편 사람만 참여시켜 정치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위기관리 취약=최종철(崔鍾澈·정치학) 국방대 교수는 발표문 ‘참여정부의 국가위기 관리능력 평가’에서 “참여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등 국가 위기관리 제도는 발전시켰지만 대통령 탄핵, 전북 부안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사태, 천성산 터널 사태 등의 사안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는 등 내적 위기관리 능력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 직설화법의 문제점=정윤재(鄭允在·국제정치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에서 노 대통령의 화법, 행정수도 이전 추진 좌절 및 국가보안법 폐지 실패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해 “노 대통령의 개혁리더십은 상황적 요인들에 의해 변화되고 굴절되는 ‘대세 추수(追隨)형’에 가까운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노 대통령은 ‘말’로는 공세적이었으나 구체적인 ‘일’의 차원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했다”며 “특히 노 대통령의 직설화법은 개혁의지를 명확히 표현했을지는 모르지만, 기존 격식과 방법을 깨는 것이어서 사람들에게 짜증과 불만 분노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교육문제 혼란 가중=한준상(韓駿相)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참여정부의 교육 혁신 정책: 중간점검과 추진과제’에서 “기여입학제 대학본고사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참여정부의 3불(不) 정책은 전형적인 ‘무(無) 의사 결정’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런 문제들은 정권이 바뀌면 다시 교육현안으로 솟아나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양 교수는 “참여정부는 남은 임기에 비전과 목표를 향해 정책을 순차적으로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개혁 로드맵을 내놓고 사회갈등 치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노 대통령은 잔여임기에 공세적 리더십을 지양하고, 공공정책을 입안하며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영 리더십을 발휘해 효율적 국가운영과 사회통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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