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업개혁]기업 자율성 제고…시장화 가속도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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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행될 북한의 공장 기업소(기업) 개혁 조치는 2002년 시작된 경제 개선 및 개혁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7·1조치)와 2003년 종합시장 도입 조치를 통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사회주의 경제의 핵심 요소인 국정(國定) 가격제도와 생산 및 판매에 대한 국가 계획의 포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기업 자율성 높이고 시장화 가속=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시장이 아닌 국가가 결정한다.

그러나 경제난이 심각했던 1990년대 북한에는 암시장이 만연했고 국정가격보다 높은 시장가격이 형성됐다.

북한은 7·1조치와 종합시장 도입을 통해 국정가격을 시장가격 수준으로 끌어올려 암시장을 공식경제 속에 끌어들이려 했다.

또 2003년부터 공장과 기업소가 국가 계획에 따라 생산과 판매를 하되 부산물로 만든 생산물의 30%까지를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극심한 물자 부족으로 시장가격이 또 오르자 개인과 기업, 협동농장 등은 국영 판매소에 갈 물건을 시장에서 판매해 돈을 벌었다.

이번 개혁 조치는 공장 기업소가 사실상 자신들의 결정으로 시장가격에 따라 물건을 만들어 파는 현실을 국가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대학원대 양문수(梁文秀) 교수는 “앞으로는 무엇을 생산해 얼마를 받고 어디에 팔지를 공장과 기업소가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의 정상화 통해 국가재정 확충 노려=개혁 조치를 통해 북한 당국이 노리는 것은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 주민의 월급을 인상해 구매력을 높였다. 국영상점에서의 소비가 늘어나면 공장 기업소의 생산이 늘어날 것을 기대했던 것. 그러나 주민들은 늘어난 월급으로 시장에서 질이 더 좋은 중국산 제품을 더 많이 소비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남북협력부 유승호(柳承鎬) 부부장은 “구매력 증가가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수입 증가만 초래하자 추가 조치가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동 인센티브 결정과 외자 유치, 수출입에 대한 권한까지 공장 기업소에 넘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공장 기업소가 은행을 거쳐 결제하도록 해 생산 및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국가 재정 수입을 늘릴 속셈이지만 현실성은 그리 크지 않다.

▽시장의 자기 확장 계속될 듯=새로운 조치의 시행 범위나 심도는 좀 더 지켜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전략 산업인 군수와 중화학공업, 제철제강, 정보기술(IT) 등 대형 중앙기업들에 대한 국가 계획이 전면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제 시장지향적 개혁이라는 큰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일연구원 서재진(徐載鎭)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경제는 스탈린식 사회주의 체제에서 너무 멀어졌고 명실상부하게 시장사회주의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시장은 일단 도입되면 스스로 영역을 넓히며 확장한다”며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시장메커니즘의 확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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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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