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신문법-피해구제법 문제점

  • 입력 2005년 1월 2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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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새벽 국회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로 이름이 바뀌어 통과된 개정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적지 않은 독소조항을 안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우선 시장점유율 산출 시의 모집단을 일반 및 특수 일간신문으로 넓혀 메이저 신문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는 비판은 비켜갔다. 그러나 신문에만 이 같은 점유율 기준(1개 신문이 전체 신문시장의 30%, 3개 신문이 60%를 차지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게 법학자들의 지적이다.

또 5공 시절 언론기본법에 포함돼 있던 ‘언론의 공적 책임’ 조항을 부활시켜 모든 신문의 논조를 획일화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겨두었다.

신문법과 함께 통과된 제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언론피해구제법)’도 언론에 대한 상시적 사후 검열을 가능케 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문발전위원회 신설=신문법에 따르면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신문 산업의 진흥을 위해 문화관광부에 ‘신문발전위원회’가 신설된다. 당초 여당의 개정안에는 현행 한국언론재단을 언론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해 정부의 출연금 등으로 신설되는 신문발전기금 관리 업무 등을 맡기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언론재단이 기존 기능을 유지하도록 놓아둔 채 별도의 새 기구를 설치토록 했다.

이 위원회의 임무는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신문사들이 제출하는 발행부수와 광고수입 등의 자료를 검증하고 공개하는 일이다.

이 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2인과 한국신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언론학회,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각 1인을 포함해 9명 전원을 문화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돼 있다. 문화부 장관이 직접 위촉하는 3인과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2인 등 5인의 코드만 맞으면 기금 지원 대상이 되는 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을 정부의 입맛대로 선정할 수 있어 편파적 지원 논란이 예상된다.

▽5공 시절 사회적 책임 조항 부활=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에 따르면 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은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야 하고, 공적인 관심사에 대해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

언론의 공적 책임 조항은 5공 시절 언론기본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정기간행물법을 제정할 때 폐지됐고 공적 책임이 요구되는 방송법에만 존속된 조항이다.

언론학자들은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보수와 진보 신문은 물론 특정 종파를 대변하는 종교 신문도 만들 수 없게 돼 모든 신문의 논조가 획일화되고 여론의 다양성이 위협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언론피해구제법은 상시 검열 체제=언론피해구제법에 따르면 보도 기능을 하는 방송사와 신문사는 언론 피해의 자율적 예방과 구제를 위해 사내에 고충처리인을 두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KBS 조직운영팀 이신(李信) 변호사는 최근 한국방송협회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이는 국가가 언론사에 간섭하겠다는 뜻으로 사전허가나 검열의 우회적 방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언론중재위는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국가적 법익이나 사회적 법익 또는 타인의 법익 침해 사항을 심의해 해당 언론사에 시정을 권고하고 그 내용을 외부에 공표할 수 있다. 피해자가 아닌 언론 시민단체 등 제3자도 시정 권고를 신청할 수 있다. 친여(親與) 시민단체의 시정 권고 신청 남발로 언론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문재완(文在完)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적, 사회적 법익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언론중재위가 상시적 사후 검열기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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