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北신년사설 ‘대담한 내용’ 담길까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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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해가 어김없이 밝았다. 북한은 올해도 새해 첫날 2005년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할 것이다. 북한은 1994년 7월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망 이후 김 주석의 육성으로 발표하던 신년사를 당보(黨報)·군보(軍報)·청년보(靑年報) 공동사설로 대체했다.

신년 공동사설은 북한의 한 해 ‘국정 풍향계’ 역할을 한다. 1995년 이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분석해 보면 일관된 메시지는 ‘위대한 당의 영도에 따라 강성대국을 건설하자’와 ‘선군정치(先軍政治)를 구현하자’는 내용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민족공조와 반미투쟁을 이어나가자’는 내용도 매년 담겼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이자 북한으로서는 노동당 창건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연대기적 의미를 가진 해다. 이런 점에서 6·15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는 ‘역사적인 결단’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게 통일문제를 담당하는 기자의 바람이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 이후 북한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에 온몸으로 저항해 왔다. 2년 동안 특유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도 구사해 보았고, 공공연한 ‘핵 위협’도 가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경제 부문에서 부분적인 시장경제를 도입했던 것 같은 실용주의적 사고를 정치에서도 보여줘야 한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해서, 아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북한주식회사’를 좌초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결단은 어렵지 않다. 조건 없이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로 복귀하면 그만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복귀를 큰 박수로 환영할 것이다.

신년 새 아침에 눈을 뜨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맨 먼저 읽어 볼 것이다. 그 사설에 이런 내용이 담겼으면 한다.

“공화국은 통 크게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하였다. 또한 그동안 중단됐던 북남대화가 빠른 시일 내에 열리기를 바라며, 민족의 염원인 이산가족 문제의 신속한 해결도 약속한다.”

하태원 정치부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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