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협정 문서 공개]日帝 피해자 개별보상 가능할까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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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문서 공개와 관련해 피해자 단체들은 당시 박정희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한 개별청구권 행사를 막은 만큼 이제라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10년 전부터 집중 제기해 온 태평양전쟁 희생자 관련 시민단체들은 구체적인 협정 내용이 공개되면 우리 정부에 책임과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당시 한일 양국 정부가 피해자 개인청구권과 보상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결정적 오류’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일협정 뒤 박정희 정부는 1970년대 중반 피해자 개별 보상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한시적으로 형식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게다가 보상 범위도 사망자로 한정돼 피해자들에게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국내법 보상 체계는 △청구권 자금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 △대일 민간청구권보상에 관한 법률 등 세 가지였지만 모두 한시법으로 1982년 12월 31일 폐지됐다.

그 후로는 더 이상 법에 따라 개인이 보상받을 길이 사라졌던 것. 따라서 과연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부가 여전히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민감한 문제로 적절한 기회에 한일수교회담 문서 공개 대책기획단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도 “피해자 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법적으로 개별보상을 하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또 정치적 배려의 가능 여부와 구체적인 예산, 보상 기준 등 난제가 산적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법조계 일각에선 한일협정 문서 공개로 피해 보상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세일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한일협정 체결 시 일본 정부에 일괄 보상을 언급해 이것이 반영됐다면 정부가 일제강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부가 당시 징용사망자 8000여 명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지만 징용·징병 피해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정부 측에 청구권 책임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협정을 체결하면서 한일 양국 정부의 ‘부도덕한’ 행위가 있었는지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일제하 군위안부에 대해 보상을 해 준 전례가 있고 한국 정부가 1965년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맺으면서 배상금도 받은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징용·징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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