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점유율 규제 사업성공을 罰하는 격”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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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언론법학회가 개최한 세미나 ‘언론관계법 핵심 쟁점에 관한 논의’에서 법학자와 변호사들이 국회에 제출된 신문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권주훈 기자
9일 한국언론법학회가 개최한 세미나 ‘언론관계법 핵심 쟁점에 관한 논의’에서 법학자와 변호사들이 국회에 제출된 신문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권주훈 기자
“여당의 신문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신문의 기능을 해치는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치명적 위헌성을 지니고 있다.”(강경근·姜京根 숭실대 법대 교수)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표현의 방법과 내용에 관한 것이지 기업인으로서 경영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박형상·朴炯常 변호사)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김진홍·金鎭洪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주최로 ‘언론관계법 핵심 쟁점에 관한 논의’ 세미나가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2층 한국언론재단 연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 교수, 박 변호사, 김서중(金瑞中)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완(文在完) 단국대 법학부 교수, 박선영(朴宣映) 가톨릭대 법대 교수, 안상운(安相云)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국회에 제출된 언론관계 법안의 쟁점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시장점유율 제한=강 교수는 “신문사만 따로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 원칙에 위배되며 사업적 성공을 국가가 처벌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방송법을 개정해 방송 3사의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한국은 중앙집권 국가여서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의 횡포 속에 함몰될 여지가 크다”며 점유율 제한 조항을 지지했다.

▽편집규약 제정 의무화=여당의 신문법안은 사업자와 근로자가 참여하는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언론 경영자의 인사권이 언론 종사자의 편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편집의 기본적인 지침에 관한 사항을 강제로 정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벌칙까지 부과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언론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강 교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제도를 적극 검토할 시기가 됐다”며 “시장점유율이 낮은 신문이 보도 채널 등 다른 미디어에서 다양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으로 인한 언론기업의 독과점은 여론의 다양성을 위협하게 된다”며 반대했다.

▽언론중재위 확대=강 교수는 언론중재위원을 60인 이상 110인 이내로 늘리고 보도 내용에 대한 시정 권고 기능을 갖도록 한 여당의 언론피해구제법안과 관련해 “중재위원 수가 너무 많고, 이 중 5분의 1을 시민단체에서 추천할 경우 중재위가 친(親)여권 인사들로 구성돼 공정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관광부 장관이 위촉한 인사들로 구성된 중재위가 손해배상에 대한 중재를 담당할 경우 정부가 원고가 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 변호사는 “이는 지나친 억측일 뿐이며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 중재위의 결정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동배달제=박 교수는 “언론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자국 언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며 “지금은 언론 진흥정책을 펼 때”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언론 진흥책의 한 예로 여당이 주장하는 신문 공동 배달제를 도입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도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소수 신문이나 공동 배달망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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