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이견에… 눈치 보여서… 관료출신 與의원들 ‘어정쩡’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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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관료 출신 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당내 소장 강경파들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체질화된 관료 출신의 한계”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단적인 예가 장관 차관 지방자치단체장 대통령비서관 출신으로 구성된 일토삼목회(一土三木會) 회원들이 7일 벌인 해프닝. 이들은 당초 국회 귀빈식당에 모여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 “민생법안을 우선처리하고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유보한다는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없던 일’로 했다. 당내 분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대신 이들 의원은 1시간가량의 비공개 모임을 갖고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 사태에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은 모두 18명으로 일토삼목회 회원 43명 중 절반도 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7일 의원총회에서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서로 ‘잘했다’면서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당이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날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기한 것을 놓고 당 일각에서는 “소장 강경파들에게 시달릴 것이 겁났기 때문 아니냐”는 빈정거림이 나왔다.

당내에서 관료 출신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재계에서 기를 쓰고 반대했던 공정거래법만 해도 관료 출신 의원들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다”며 산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기는 했으나 정작 이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지난달 18일 이후 이들은 ‘쉬쉬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이들은 당시 비공식 석상에서는 “다른 민생법안도 많은데 굳이 공정거래법을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의원총회 등에서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서지는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관료 출신 의원들이 현안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다수 목소리가 소수의 거친 입에 더욱 묻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386 출신의 한 의원은 “관료 출신들은 현실 적응력은 뛰어나지만 태생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면서 “자체 목소리를 내는 발광체(發光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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