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동맹 학술회의]“對北인식차-中역할증대가 동맹 위협”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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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교수
후쿠야마 교수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공동주최하고 동아일보 21세기 평화재단·평화연구소가 후원해 6,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첫날부터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미래’를 놓고 다양한 제안과 토론이 오갔다.》

▼“日재무장등 동북아 질서변화 대응해야”▼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을 대신할 항구적 5자 안보체제의 구축을 제안하면서 동북아의 전통적인 ‘허브(Hub·미국)-바퀴살(Spoke·한국 일본 등)’ 안보모델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한미 동맹의 변화, 둘째는 일본의 재무장, 셋째는 중국의 부상(浮上)이다. 더구나 북한이 6자회담 참가 자체를 협상수단으로 삼고 있는 만큼 북한을 배제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동참하는 안보체제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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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교수는 다만 유럽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집단안보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보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모델로 제시했다. 1995년 기존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확대 발전시켜 출범한 OSCE는 안보 외에 인권 보호 및 소수민족과 같은 비(非)군사문제도 다룬다.

후쿠야마 교수는 ‘OSCE형 동북아 5자 안보체제’의 효용성으로 특히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북한 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할 수 있고,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게 분명한 일본의 재무장을 5자의 틀 내에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집단안보 외에도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포괄하는 ‘OSCE 모델’을 구축하면 북한 붕괴에 따른 난민 처리는 물론 북한 재건비용 분담문제도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자발적으로 참가를 희망할 때 받아들이면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동맹관계 우려는 美측이 더 강해”▼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9·11테러는 미국 외교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한미 동맹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동맹관계를 긴장시켰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테러범들에 의한 핵무기 사용 위협 때문에 북한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핵 확산 방지이지만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평화다.

미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테러범들에게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고려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은 동북아 지역에 이해관계가 국한될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할 수는 없지만 전쟁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과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한미 동맹은 4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9·11테러 이후 나타난 미국 내의 동맹회의론, 한국 내의 반미감정, 북한에 대한 한미간 인식 차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할 증대가 4가지 도전이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한미 양국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 동맹의 미래 시나리오는 포괄 동맹론, 현상 유지론, 전략적 동반자론을 중심축으로 하고 다자안보 협력체를 보완 장치로 활용하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론을 생각할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한미 군사동맹을 지역 내 테러와 마약, 해상 수송로를 이용한 대량살상무기 거래, 해적 등 포괄적 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동맹으로 전환하고,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체를 보완적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데렉 미첼 선임연구원=자본주의와 인권에 대한 확신 등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가치들은 매우 좋다. 그러나 최근 5년여간 동맹관계는 꾸준히 손상됐으며 표류했다. 동맹관계에 대한 우려는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많았다.

동맹관계 손상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젊은 세대의 동맹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한국인들에게 미국과의 동맹을 지속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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