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덕민]北核해법 ‘네오콘 방식’뿐일까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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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세상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극단은 극단을 낳는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간 9·11테러는 미국을 변화시켰다.

오늘날 국제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 국민이 스스로 전쟁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단적 원리주의로 무장한 알 카에다의 끔찍한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단호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테러전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신보수주의자, 소위 네오콘이다. 기독교에 바탕을 둔 도덕적 신념에 입각한 네오콘은 ‘악’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위해 전쟁을 택했다. 21세기의 첨단 군사력을 동원해 손쉽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19세기적 독재정권들을 차례로 붕괴시켰다.

▼무력 의존은 위험한 발상▼

네오콘은 군사력으로 악의 세력을 제거하고 그곳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첨단 군사력을 너무 신봉한 나머지, 민주주의조차 군사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민주주의 정착의 핵심인 일반 주민들을 ‘악’의 편으로 돌아서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네오콘은 전쟁에 지친 중동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정교한 프로그램 없이 응징적인 전쟁만을 주도했다. 그들의 일방적 군사주의는 세계적으로 반미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네오콘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북한과 협상을 했고 많은 보상을 주었지만 북한은 번번이 약속을 깨고 핵무기 개발을 진척시켰기 때문에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적 도덕주의 신념에서 보면 국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용할 수 없는 존재다. 기본적으로 김정일 정권은 ‘악’의 세력으로 협상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갖는다.

그러나 그들은 전통적인 미국 외교의 유연성을 간과하고 있다. 공화당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마오쩌둥과 협상을 했고 중국을 대소 봉쇄망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네오콘의 도덕적 입장에서 본다면 마오쩌둥은 김정일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대약진운동의 광풍으로 수천만 명의 중국인을 굶어죽게 한 장본인이다. 또 네오콘의 원조격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스스로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소련 지도자들과 진지한 협상을 해 냉전을 종식시켰다.

전통적 미국 외교는 상대가 악이라 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었다. 군사력은 협상을 뒷받침하는 것이었지 주요 수단이 아니었다. 이러한 지혜를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활용해야 한다. 2기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국제협조를 강조하고 있고,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대담한 접근’을 부활시키려 한다. 이는 북한이 핵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에너지 제공, 경제제재 해제, 국교수립 등 포괄적인 지원을 통해 북한의 재건과 국제사회 복귀를 전면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담한 접근’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입안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기대감이 크다.

▼우리도 북한에 할말은 해야▼

북핵 해결의 고비가 다가오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네오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은 지난 20년간 국제사회에 대해 3번에 걸쳐 최종적인 핵 포기를 약속했다.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 1991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그리고 1994년 제네바합의가 그것이다. 물론 상당한 대가도 챙겼다. 그러나 번번이 이를 어겼고 남의 탓으로 돌렸다. 국제사회의 인내는 거의 한계다. 네오콘의 주장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에서 만난 한 미국 인사는 한국이 북핵을 불용한다는데 실제 이를 위해 취한 조치가 하나라도 있느냐고 힐난했다. 북한에도 할 말을 해야 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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