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원로, 與野의원 초청 시국간담회서 쓴소리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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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원로 및 시민사회 단체 지도급 인사 40여명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장에서 시국간담회를 가졌다. 송월주 스님은 이날 “이념 갈등 때문에 혼란과 극심한 분쟁으로 뒤덮였던 광복 직후를 연상케 한다”고 시국을 진단했다.-원대연기자
각 분야 원로 및 시민사회 단체 지도급 인사 40여명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장에서 시국간담회를 가졌다. 송월주 스님은 이날 “이념 갈등 때문에 혼란과 극심한 분쟁으로 뒤덮였던 광복 직후를 연상케 한다”고 시국을 진단했다.-원대연기자
여권이 추진 중인 4대 법안을 놓고 정치권 내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 각계 원로와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19일 정치권에 ‘상생’을 촉구했다.

강문규(姜汶奎)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송월주(宋月珠) 스님, 이세중(李世中) 변호사, 손봉호(孫鳳鎬) 동덕여대 총장 등 각 분야 원로 및 시민사회 단체 지도급 인사 4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등을 초청해 시국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17대 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 위주의 정치를 펼 것을 주문했다. 특히 4대 법안과 관련해 여권의 힘을 동원한 일방통행식 처리를 경계했다.

송월주 스님은 “각종 법안과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차로 거리 집회가 몇 달 동안 계속될 정도로 남남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이념 갈등으로 혼란과 극심한 분쟁에 휩싸였던 광복 직후를 연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여론도 70∼80%나 되고 여당이 제출한 사학법 개정안, 언론관련법 등에 대한 위헌 소지 시비도 일고 있는 만큼 여야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세중 변호사는 “법 개정은 시대 변천에 따라 필요하지만 국민 의식 등이 충분히 고려된 바탕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요즘 국회 운영은 이전 모습을 되풀이하면서 여야간 힘겨루기 양상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봉호 총장은 “여여가 감정 섞인 발언만으로는 합리적 토론을 할 수 없다”며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의견을 충분히 끌어내고 냉정히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강문규 이사장은 “이대로라면 국회가 파국으로 가는 것 아닌가하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우려했고, 오경환(吳庚煥) 신부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우선 국회에 경제 활성화 특위라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권영준(權泳俊)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여야는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4대 법안을 놓고 서로 자기주장만 맞다고 하지 말고 어느 것이 맞는지 한시적으로 법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보법의 경우 3년 한시법으로 일단 개정하고 그 다음에 개폐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여야 정치권은 일단 자성론을 펴면서도 4대 법안 처리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4대 법안을 밀어붙일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야당 지도자들도 우리가 집권당이고 국정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음을 인정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추구하는 4대 법안은 예산국회인 정기국회에서 다룰 법도 아닐 뿐더러 민생현안 우선 원칙에도 맞지 않아 정기국회 이후에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4대 법안의 처리 기준과 관련해 △선경후정(先經後政·경제 우선, 정치 나중) △선이후난(先易後難·쉬운 것 우선, 어려운 것은 나중) △선민후당(先民後黨·민생 우선, 당파적 사안은 나중) △선공후득(先供後得·주는것 우선, 받는 것은 나중)의 4개 원칙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한 초·재선 의원들은 대부분 자성론을 폈다. 열린우리당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무조건 옛 것을 지키는 수구도, 맹목적인 개혁도 맞지 않는다”며 “때론 개혁 강박증이 있는 게 아니냐고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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