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핵실험 감지능력 얼마나 되나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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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
《12일 오전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8일 밤 11시 24분 정도에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월탄리 부근에서 ‘핵무기실험일지 모르는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연 지진’ 외에 핵무기 등 대규모 폭발로 인한 ‘인공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연구기관이 지진연구센터다.

그런데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이희일 센터장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국내 30개 지진관측소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감지되면 e메일은 물론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서비스(SMS)를 통해 실시간으로 ‘비상신호’가 전달된다. 하지만 8일 밤 이런 신호는 없었다. 》

김형직군에서 100여km 떨어진 백두산 부근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한 사실은 확인했다. 물론 ‘비상신호’로 이어질 규모가 아니었다. 며칠 후 북한 관계자가 “김형직군에서 80km 떨어진 삼수군에서 수력발전소 건설용 발파작업이 있었다”고 말했다는데 삼수군에서는 8월 21일 규모 2.0의 지진파가 관측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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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에서 핵무기 실험에 달하는 대규모 폭발이 있었다는 ‘과학적 증거’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만일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면 최소한 2시간 내에 상황 파악이 이뤄진다는 게 센터측의 설명이다. 어떤 방법이 동원되는 것일까.

○핵무기 실험은 통상 지하 1km에서

한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전국 30개 관측소 등에서 지하 70m 정도에 설치된 지진계가 에너지(지진파)를 감지한다. 평소보다 지진파가 진동하는 폭(진폭)이 얼마나 높아지느냐에 따라 지진의 규모가 결정된다.

만일 지하에서 핵무기실험을 한다면 대규모 진폭의 지진파가 발생한다. 소형급 핵무기를 실험할 경우 지진의 규모는 3.8∼4.5 정도.

그렇다면 ‘자연 지진’과 핵무기실험으로 인한 ‘인공 지진’은 어떻게 구별할까.

이 센터장은 “한반도에서 지진은 지하 15km 부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흔히 핵무기 실험은 지하 1km 정도에서 행해지므로 지진파를 분석하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서 지하 1km에서 발생한 지진파는 감지되지 않았다.

○폭발후 공중에 떠도는 음파 측정

만일 지상에서 핵무기실험(또는 이에 준하는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지진파 외에도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가 있다. 바로 대기를 타고 전해지는 ‘공중음파’다.

지상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면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 저주파(5Hz 이하)의 음파가 대기를 통해 최대 1만km까지 전파된다. 한국에서는 30개 관측소 가운데 철원 간성 그리고 대전의 지진연구센터 3곳에서 공중음파를 감지한다. 실제로 4월 22일 북한 용천에서 대규모 열차 폭파 사고가 났을 때 철원과 간성 관측소는 공중음파를 감지해 사고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냈다.

이 센터장은 “북한 삼수군에서 다이너마이트(TNT)를 이용한 발파작업이 있었다고 하지만 8일을 전후해 지진파는 물론 공중음파가 감지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37곳에 방사능물질 감지시설 운영

지상에서 핵무기실험이 없었다고 추측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방사능물질이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문종이 환경방사능평가실장은 “현재 전국 37곳에 무인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실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8일 밤 지상에서 핵무기실험이 있었다면 최소한 12일경에는 방사능물질이 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바람이 남쪽을 향해 분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면서 “방사능물질이 평균 초속 2∼3m로 이동한다고 볼 때 사흘 이내에 감시기에서 관측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 가입

유엔은 1996년 세계적으로 핵무기 실험을 금지한다는 요지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172개국이 서명한 이 조약에 따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321개의 관측소가 설치되고 있다. 관측 대상은 4가지, 즉 지진파 공중음파 수중음파 방사능물질 등이다. 조만간 이 조약이 발효되면 가입국들은 오스트리아 빈 소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건물에 위치한 본부 기구(CTBTO)에 모든 관측자료를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 만일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IAEA처럼 가입국에 사찰이 들어온다.

한국은 1996년 이 임무를 수행할 국가자료센터로 지질연 지진연구센터를 선정했다. 센터는 현재 지진관측 능력면에서 세계 두 번째 규모(26개 지진계)인 ‘원주 KSRS 관측망’의 지진파 자료를 CTBTO에 보내고 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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