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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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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건설교통부가 주택거래신고 대상 지역에서 일부 동(洞)을 해제하려던 방침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열린우리당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유지방침을 공개 선언한 것도 같은 사례로 지적된다.
이 사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전날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해 관련 발언을 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부동산정책 방향 ‘헷갈린다’=건교부는 지난달 17일 당정협의에서 “가격 상승 우려가 없는 일부 동을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가급적 빨리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 실종되고, 미분양 아파트가 누적되는 등 건설주택경기 침체 여파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건교부는 6일 “주택정책 기조가 경기부양으로 전환된 것으로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어 이번 달에는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를 유보한다”며 당초 방침을 철회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연이어 부동산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건교부 당국자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가격동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 당분간 해제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주택시장에서는 ‘어지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S공인의 대표는 “주택거래신고지역 가운데 일부를 푼다고 했다가 안 푼다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하니 누구 말을 믿고 거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여당 내 실용주의파 목소리 줄어들 듯=홍재형(洪在馨)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은 6일 이례적으로 7쪽에 이르는 보도자료를 통해 출자총액제한 문제에 대한 당론을 조목조목 언급하고 개정불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이 5일 MBC와의 대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유지 필요성을 역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열린우리당 내 규제개혁특위 소속 일부 의원과 관료 출신 등 실용주의파들은 얼어붙은 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규제의 ‘대명사’로 돼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든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손질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해 왔다.
▽“정책 불확실성이 문제”=전문가들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혼선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장성수(張成洙)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경제부총리, 건교부 장관, 대통령의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며 “정책이 불확실하면 주택거래자나 기업이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도엽(權度燁) 건교부 주택정책국장은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일부 해제하지 않은 것은 최근 금리인하 등 주택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것으로 5일 대통령의 발언과는 전혀 관계없이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시장주체들 혼선 왜 생기나▼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서 어렵고, 서민들이 특히 어렵다. 노동자들 중에서는 비정규직이 어렵고, 어려운 계층들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MBC TV와의 대담에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이처럼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경제성적표에 대해선 전혀 다른 인식을 내비쳤다.
“올해 우리는 5.2% 정도 성장할 것 같다. 이 정도 성장을 하면 한국은 성장률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에서 1위가 될 것이다. 2001년도 3.8%로 역시 1위였는데 언론의 제목만 보면 곧 경제가 가라앉고 파탄할 것처럼 계속 보도가 됐다.”
한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낙관을 표시하면서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한 것.
노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이처럼 엇갈리는 인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경기부양책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경기가 나쁠 때 가장 손해 보는 계층은 서민층이다”라며 “수출은 좋지만 내수가 워낙 나쁘기 때문에 재정정책 금리정책 조세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권이 사실상 ‘올인’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설명한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집권세력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혼선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에서 ‘이상’과 ‘현실’이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대통령의 발언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정책 최고결정자가 품은 ‘이상(理想)’과 ‘경제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청와대에서 내놓는 큰 그림과 현실을 중시하는 경제 관료들이 제시하는 작은 그림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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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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