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권’과 ‘직할’ 사이 헷갈린다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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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혼란스럽다. 분권적 국정운영 방침을 밝힌 지 며칠 만에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일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일상적 국정운영은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국가전략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부처를 6개 그룹으로 묶어 부총리 또는 책임 장관이 총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공무원 기강잡기나 주택가격 안정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며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분권’을 약속한 후 총리, 책임 장관, 장관, 대통령직속 각종 위원회간 업무영역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국정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분권’조차 모호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분권’을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처 차원의 업무에 대해 민감한 발언을 거듭해서야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제 부처에서 나오는 부동산정책과 대통령의 언급이 엇갈려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반응이 단적인 예다.

이러다간 정부정책은 정책대로 흔들리고 대통령의 영(令) 또한 서기 어렵다. 실제로 공직사회 곳곳에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집권 수뇌부가 과거사 규명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공직사회를 헷갈리게 하는 요인이다. 국정 우선순위가 과거사로 가는 분위기에서 일손이 잡히겠느냐는 항변이 나올 만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일관성 없는 정책, 뒤바뀐 국정 우선순위 등이 초래한 공직사회의 부동(不動) 현상이 자신의 리더십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각 부처의 장관이 위쪽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이 신명나고 능률도 오른다. 노 대통령은 그런 방향으로 국정운영의 틀을 새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참다운 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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