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치-군사교류 일단 보이콧…경제지원에 활용할수도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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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 ‘얼어붙은 정치 군사 교류, 훈풍 부는 경제협력’이라는 불안정한 이중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은 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무산시켰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난달 29일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 468명을 미국의 사주로 납치 유인한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을 때부터 우려되던 바였다.

북한이 최근 탈북자들의 집단 한국행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남측과 경제협력,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장관급회담에 나올 가능성은 사실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 상황과는 달리 남측의 대북지원 쌀은 하루 2000t씩 트럭에 실려 경의선 및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해 주 4회 북한에 전달되고 있다. 또 개성공단 공사 및 금강산관광도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등 남북경협엔 순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실리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에서 경제적 실리는 챙기고 정치적 불만은 그대로 표시하겠다는 이중 전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북한이 대규모 탈북자문제에 불쾌감을 표시한 뒤 이를 앞으로 남측과의 협상에서 남측의 양보를 이끌어내 대북지원 규모를 증대시키려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 교수는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 개발을 위해 군대도 이동시키고 땅도 내준 상태에서 판을 깰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장관급회담 거부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최소한 경협분야에서만큼은 ‘후진’이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통일부도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의 이중구조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한국 정부의 김일성 10주기 조문 불허 및 탈북자 수용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북측에 설명하면 그들도 납득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낙관했다. 다른 당국자도 “긴 호흡에서 본다면 (북한의 회담 거부 등 최근 상황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진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정치적 냉각이 8·15 통일행사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북한은 통상 8·15 무렵 남북 사회단체간의 행사를 통해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민간 차원에서의 남북교류를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이번엔 북한이 탈북자 문제와 관련, 한국이 북한주민을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당국간 남북대화엔 거리를 두려고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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