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與心… “軍문책”→“공식입장 아니다”→“기강해이”

  • 입력 2004년 7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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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우리 해군의 보고 누락 사건이 청와대와 군(軍)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하면서 열린우리당의 대응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와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 유재건(柳在乾) 국회 국방, 임채정(林采正) 통일외교통상, 문희상(文喜相) 정보위원장 등 지도부는 20일 오전 윤광웅(尹光雄) 대통령국방보좌관과 합참 관계자를 불러 관련보고를 받았다.

천 대표는 보고를 받은 이후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전날 제기한 군 수뇌부 문책론에 대해서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 성급하게 군만 질책할 사안이 아니다”며 “먼저 진상을 파악한 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도 “군을 이해할 만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지금 문제를 삼는 것은 군의 작전 대응이 아니라 보고체계가 불명확했던 것”이라고 말했고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군에 대한 오해가 있었지만 보고를 듣고 난 뒤 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조사가 끝난 뒤에 당의 공식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청와대가 군의 의도적인 ‘언론플레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도 돌변했다.

유재건 의원은 “(국방부의 언론플레이는) 예전에도 국방비리, 병역비리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이는 군기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플레이를) 항명식으로 몰아붙이면 한도 끝도 없고 국민불안 요소가 된다”며 “우선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에 대한 사실관계 및 보고누락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때까지는 언론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국방부가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것을 언론에 보고했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일부 언론을 동원해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다면 보고누락 사태에 못지않은 중대한 기강해이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선 의원의 성향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조성태(趙成台) 의원은 “군사작전 영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언론에 의해 훼손당하지 않도록 서로 돕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희선 의원이 19일 “준장에서 소장 사이는 군부시절에 지도력을 키워왔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모든 장군들이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돼 자칫하면 전군에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며 “최소한 군의 사기를 꺾지 않도록 하는 게 여당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겨냥해 “문제가 터졌을 때 침착하게 본질을 파악해 대처하지 못하고 온 나라가 벌집이 되는 게 더 한심하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은 “정확한 정보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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