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국회로 들어가나

  • 입력 2004년 7월 13일 0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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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여야 의원 16명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개정안’ 제출 추진으로 한층 달구어질 전망이다.

수도 이전의 세부 내용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개정안은 ‘수도 이전’이라는 전제를 인정하는 듯한 모양을 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여권의 극렬한 반대에 부닥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제시한 ‘대안’을 둘러싼 공방은 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한층 활성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소장파 움직임=김정훈(金正薰) 의원 등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개정안 제출을 준비 중인 배경에는 당 지도부의 수도 이전에 대해 어정쩡한 대응에 대한 못마땅함이 배어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수도 이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여권에 끌려가는 모습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단 수도 이전과 관련한 모든 사안이 사실상 국회의 통제권 안으로 들어오게 돼 한나라당으로서는 찬성이나 반대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비난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확정될지는 아직 예단키 어렵다. 당 지도부는 개정안 제출이 자칫 자신들이 통과시킨 뒤 ‘후회’하고 있는 특별법 자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안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보다는 차라리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싸워야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13일 의원총회에서 개정안 제출을 둘러싸고 일대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개정안은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주장하는 ‘충분한 검토 후 결정’이라는 원칙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19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재선출될 경우 개정안 처리가 한층 힘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는 12일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 광주 상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첫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과 관련해 ‘정확한 비용이 얼마인지’, ‘효과는 어떠한지’ 등의 당연한 얘기를 대통령에 대한 퇴진 또는 불인정이라고 밀어붙여 국민이 말도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조준한 청와대=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책적 대응’과 ‘정치적 대응’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단순한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정부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정책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 모두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 측면에서의 반대론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되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반대 공세에는 분리의 선을 긋겠다는 얘기였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해 ‘신지역주의 조장’, ‘민주적 국정시스템을 흔드는 정치공세’라고 몰아붙이는 동시에 일반 국민에게는 범정부적인 설득 노력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야당과 언론 탓을 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행정수도 문제를 둘러싼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 날짜 ‘청와대 브리핑’은 “일부 언론이 정치적 선동에 버금가는 논평, 사실을 비트는 왜곡, 수도 이전 논의 과정에 대한 외면 등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략에 따라 취사선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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