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 경제정책 협의]돈풀고… 집짓고… ‘응급처방’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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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 결과는 ‘돈을 풀고 건설경기를 살려 내수를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열린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의장이 이날 회의에서는 ‘큰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할 정도로 국내 경기는 올해 들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응급조치’가 투자 감소와 소비침체 등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건설경기 살아날까=지난해 건설투자는 2002년보다 7.6%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가 그나마 3.1%라도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건설수주와 건축허가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들이 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급격히 위축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이날 △택지공급 확대 △사회간접자본(SOC)투자 확대 △주택건설지원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는 시각이 많다.

허문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건설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정도가 호재일 뿐 대책 내용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하반기에 예산을 추가 배정하든지, 추가 지원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2조원을 추가하는 수준으로는 위축되고 있는 건설회사들의 수주규모를 고려할 때 역부족이라는 것.

그러나 재정경제부 조성익 정책조정국장은 “민간주택 건설이 활성화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건설경기를 적절히 조절하고 내수를 진작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서민과 중소기업 집중 지원=정부의 하반기 재정지출 확대방안은 SOC투자 확대와 같은 경기부양보다는 경기침체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추경예산 등으로 새로 조달되는 4조5000억원으로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 주거안정 등 서민생활 지원에 2조2483억원 △신용보증기관 출연 등 중소기업 지원에 1조3912억원 △파주 LCD단지 진입도로 건설 등 경쟁력 강화에 3338억원 △지방교부금 정산 등에 5188억원을 쓰기로 했다.

먼저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500억원을 추가 출연한다. 이에 따라 담보는 없지만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3조원의 보증공급이 확대돼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6342억원의 중소기업 지원 자금도 추가로 늘어난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1452억원을 추가로 들여 청년실업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5만4816개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번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1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포함해 1조9000억원의 빚을 내기로 해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경제전망은=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소비 및 투자침체와 같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투자활성화→일자리창출→소득증가→소비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정부로선 부동산 투기를 우려해 내수 부양 효과가 큰 건설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하반기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이렇게 될때까지 정부는 뭐했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의 ‘경제통’으로 꼽히는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은 2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당정협의에서 “당과 정부의 경제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홍 의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한 달 전 당에서는 ‘소주가 안 팔릴 정도로 어렵다’고 했는데 그때 경제부총리는 ‘2·4분기(4∼6월)에는 나아진다’고 얘기했고 정부 일각에서는 ‘여름이 오는데 무슨 난로가 필요하냐’는 말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지만 현재는 3·4분기(7∼9월), 4·4분기(10∼12월)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더블딥’(경기가 잠깐 회복되다 침체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수출기업과 대기업이라고 해서 중소·내수기업보다 나은 것도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 의장은 특히 “정부가 성장잠재력 향상에 무엇을 했느냐”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손에 잡히는 특단의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은행 파업과 관련해서도 “조흥은행 파업 당시 정부는 전산직원이 없어 시스템이 마비됐던 일은 없게 한다고 했지만 한미은행 역시 전산실 직원이 필수인원보다 10여명 적다”며 “정부에서 하겠다고 한 것은 잊어버리지 말고 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홍 의장을 거들며 정부의 분발을 촉구했다.

천 대표는 “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해 ‘개인 워크아웃’ 등 여러 가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았는데 아직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추가경정예산이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 달라”며 “시기를 놓치지 말고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집행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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