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의장 “탄핵안 놓고 번민의 나날…후회는 없어”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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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국회의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의장 퇴임식을 갖고 37년간의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서영수기자
박관용 국회의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의장 퇴임식을 갖고 37년간의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서영수기자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29일 16대 국회가 막을 내리는 것과 함께 자신의 37년 정치 역정을 마감한다.

1967년 이기택(李基澤) 전 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1981년 11대 때 부산 동래에서 당선된 이래 내리 6선을 기록했다. 2002년 7월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한 그는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의장 재임 중 16대 대통령선거와 참여정부의 출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통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등 굵직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박 의장을 27일 오후 국회 본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의회 발전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하드웨어’는 많이 고쳤다. 10개월 동안 밀고 당긴 끝에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의회예산국(CBO)처럼 국회 안에 예산정책처도 만들었다. 정부 예산 절감을 유도하고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상임위 활동을 생중계할 국회방송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아쉬운 대목은 없었나.

“의원 체포 및 징계동의안이 넘어오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이틀 내에 심의하도록 하는 등 개혁안을 준비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

―3월 12일 탄핵안 처리에 대한 소신에는 변함이 없나.

“탄핵안을 놓고 번민의 나날을 보내긴 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단상이 점거 당해 의사진행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과반수 의원이 제안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물러선다면 국회의장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다수결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국회법 정신이다. 탄핵 사유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내가 고민할 사항이 아니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을 기각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의 결정에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치주의를 유독 강조했다. 노 대통령도 이를 교훈 삼아 법치주의 이행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최근 국무총리 인선 문제에서 보여 주는 오기 정치는 안타깝다.”

―지난 1년여는 행정부와 의회가 벌인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시 국회를 찾아와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밖에 대통령이 의장과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숙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야도 서로 대화와 타협의 길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사쿠라’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야간 대타협을 이끌어 낸 고 조병옥(趙炳玉) 박사의 리더십이 아쉽다.”

―17대 국회에 당부할 말은 없나.

“‘선거 때문에 나라가 안 된다’는 말이 많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의 주기(週期)를 맞출 필요가 있다. 마침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연이어 있어 이 문제를 논의할 적기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해서 선거 주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또 현행 국회의원 단심제는 대단히 독단적이고 위험한 제도다. 한국 실정에 맞는 상하 양원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때다. 노 대통령 재임 중 개헌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한미 관계에 대한 생각은….

“한미 양국간 신뢰가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 신뢰가 흔들리는 와중에 주한미군 재배치가 터져 나온 것이 문제다. 한미 동맹의 틀을 대체할 대안 없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하다.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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