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재계 간담회 이후]지배구조개선 등 시장개혁 ‘채찍’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지난달 말 정부중앙청사에서 대기업정책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철규 위원장(오른쪽) 등 공정위 간부들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의 회동 이후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말 정부중앙청사에서 대기업정책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철규 위원장(오른쪽) 등 공정위 간부들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의 회동 이후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와의 25일 회동을 계기로 ‘현 정부 집권 2기’의 기업관련 정책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대기업 총수들에게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는 한편 투자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동을 통해 기업들에 ‘채찍과 당근’이라는 정책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개선은 예정대로…”=노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한편 5년, 10년을 내다보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집권 2기의 기업정책이 ‘개혁’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시장투명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세계적 추세이고 이론적 뒷받침도 있으며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한도 제한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시장개혁 로드맵이 속도를 조절하는 선에서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공정위 당국자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은 이미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 내의 이른바 ‘개혁파’들이 내놓고 있는 ‘시장개혁 방안’에 대해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친 방안”이라며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장개혁을 이야기할 때 글로벌 스탠더드를 언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동의 유연성 등은 강도 높게 추진하지 못하면서 기업지배구조에만 집착하는 ‘이중 잣대’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개별적으로 특수한 상황이 있으면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시장개혁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예외조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이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획기적인 규제완화 조치 나오나?=25일 회동에서 대통령은 규제완화를 강도 높게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2월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춘포럼에 참석해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강도가 훨씬 강하다. 그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필요하면 범정부적 기구를 만들거나 규제개혁위원회 산하에 기획단을 만들어 추진하고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정경제부와 공정위를 중심으로 이미 관련 기획단이 출범해 토지, 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 대한 규제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추진할 때 관련 정부 부처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 같은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규제완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정책은 아직 물음표=노 대통령은 25일 회동에서 시장개혁이나 규제완화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대화’와 ‘타협’ 등 원칙적인 이야기를 주로 했다.

노 대통령은 “재계와 노동계 양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고 나아가더라도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어려운 상황과 갈등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노사정책 기조는 결국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간 현안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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