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의장 회견]黨화합-개혁-野포용 난해한 ‘삼각퍼즐’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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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당의장 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당의장 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신임 의장이 1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던진 메시지는 ‘당내 안정과 화합’ ‘개혁 선도’ ‘대야(對野) 포용과 상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당을 안정시키면서 개혁도 하고, 야당도 포용하겠다는 이른바 ‘세 마리 토끼몰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신 의장은 먼저 당내 상황을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기를 맞았다”고 정리한 뒤 “당은 안정과 화합 속에서 역량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또 “사회적 합의가 성숙된 언론개혁, 사법개혁,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당력을 최대한 집중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야 관계에 대해서는 “국정의 동반자로서 최대한 포용의 자세를 견지하며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에는 격조와 멋이 있어야 하고 인간의 냄새가 나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하지만 신 의장의 이 같은 포부는 메시지 자체가 상호 충돌하는 바람에 혼란스러운 인상을 준다.

우선 ‘당의 안정과 화합’과 ‘개혁 선도’간의 상충관계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실용적 개혁주의’로 당의 노선을 정리한 바 있고 개혁의 최우선에 민생을 배치했다. 정 전 의장의 이 같은 실용주의적 가치관은 지난달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한바탕 논란을 거쳐 당의 입장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신 의장의 선도적 개혁론은 정 전 의장의 실용주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 의장은 “최선의 실용은 개혁이고 민생 경제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선순위에 있어 정 전 의장의 노선과 선후가 뒤바뀐 듯한 느낌이다.

‘개혁 선도’와 ‘야당 포용’ 역시 상호 모순되는 개념이다. 신 의장이 “사회적 합의가 성숙됐다”며 개혁의 요체로 제시한 언론이나 사법개혁 문제는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대목이다. ‘선도적 개혁도 하고 야당도 포용한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修辭)’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명제다.

최근 주한미군의 이라크 재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미관계나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신 의장의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신 의장은 1월 14일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 “외교통상부 대미 라인 간부들의 숭미(崇美)주의적 외교활동 때문에 정부가 북한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신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는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한미동맹 관계가 확고하고 국가 안보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것”이라고 전혀 다른 방향의 발언을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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