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유북한방송’ 말하게 해야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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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금해 시작한 ‘자유북한방송’이 개국한 지 한 달도 안 돼 방송중단 위기에 처했다. 사무실을 무상 임대해주던 건물주가 잦은 협박전화에 못 이겨 퇴거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일각의 편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자유북한방송은 ‘북한 주민이 북한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고무하고’ ‘남한 사회에 북한 독재정권의 실체를 인식시켜 북한민주화운동 세력의 확산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인터넷에서 하루 1시간씩 내보내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송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남북 체제를 모두 경험한 탈북자들로서는 남다른 소명감을 갖고 시작한 사업일 것이다.

이런 활동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들 주장대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을 강조하는 것이 ‘일방적인 비방’이므로 중단해야 한다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삶은 언제 개선될지 모른다. 더 우려되는 것은 뒷전에 숨어서 위협하는 비열한 행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의사 표현을 막는다면 자유민주체제인 우리가 북한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정부는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자유북한방송을 위협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두 달 전 황장엽씨에게 테러 위협을 가한 범인도 아직 색출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런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에 미지근하게 대응하면 우리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은 자리 잡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의 올바른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장애가 될 것이다. 그런 결과를 원치 않는다면 정부가 이번에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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