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정상회담]核해법-경제개혁 밑그림 조율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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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핵 해결’을 슬로건으로 내건 미국 딕 체니 부통령의 중국 일본 한국 순방(4월 10∼16일)과 맞물려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정체된 북핵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이라크전이 꼬여 가고 있는데다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도 불투명한 시점에서 이뤄져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

일단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기본 입장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이번 방중 이후 북한이 경제개혁 등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도 주목된다.

▽핵문제 해결 가닥 잡나=북-중 양국의 주요 협의 과제 중 하나가 핵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당초 5월로 예상되던 김 위원장의 방중이 앞당겨진 것은 체니 부통령의 방중에 대한 맞불놓기 성격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국어대 오승렬(吳承烈)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은 전격적인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 지도부가 핵문제에 대한 입장과 노선을 확정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체니 부통령이 중국에 대해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6자회담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도와 달라”고 밝힌 것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18일 “미국이 완전한 핵폐기 주장을 고집하면 우리는 더 이상 미국과 상종할 생각이 없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북한 경제개혁 속도 내는 계기될까=김 위원장의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중국 방문은 신의주특구 지정 및 ‘7·1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경제개혁으로 이어졌다. 상하이(上海)의 발전상을 둘러본 뒤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고 감탄한 김 위원장의 현장체험은 신의주 특구 추진으로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해외 방문을 마친 뒤에는 뭔가 북한 내부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핵 문제가 변수다. 북핵 문제로 외부지원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방중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담보로 중국의 새 지도부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제협력의 틀 속에서 신의주 특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재정립될지 관심거리다.

▽북-중 군사협력채널 강화되나=김 위원장의 방중에 눈길을 끄는 관전 포인트의 하나는 군사협력 채널의 강화 문제. 오진우 최광 등 김일성(金日成) 주석과 함께 항일운동을 진행했던 1세대 군 인맥은 이제는 역사의 뒤로 사라진 상태. 따라서 ‘김정일 시대’의 인맥끼리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해졌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이항구(李恒九) 통일연구회 회장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영접에 나선 것으로 보아 이번 방문은 당 중심의 행사”라며 “북한 노동당이 다시 움직인다는 것은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선군(先軍)정치의 기치를 높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노동당에 큰 힘을 실어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적어도 이번 행사에 당이 앞에 나섬으로써 전통적인 북-중 관계, 즉 군사적인 향수까지 이끌어냄으로써 앞으로 양국의 정치 군사 경제 등의 측면에서 긴밀한 협력이 예고된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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