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이후]17代국회에 바란다 “이젠 民生이다”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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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民意)’는 15일 막을 내린 17대 총선에서 16년 만에 여대야소 국회를 탄생시켰다. 17대 국회에 대해 시민들과 학자,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상생의 정치를 통해 민생안정과 경제 살리기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또 여대야소 국회로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여당은 제1당으로 올라선 것에 자만하지 말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내 진출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을 나타냈다.》

▽“국회는 본분을…”=첨예하게 양립했던 보혁(保革) 시민단체를 비롯해 시민과 학자들은 “17대 국회는 본분을 잊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주부 정유례씨(42·서울 동작구 노량진동)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국회를 보고 ‘여기가 아저씨들이 싸우는 데냐’고 묻더라”며 “국회의원들이 신발 던지면서 싸우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남훈씨(31)는 “16대 국회에서의 여야 격돌은 대개 밥그릇 싸움이었다”며 “싸우더라도 생산적이고 성숙한 목표를 놓고 싸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부경씨(25·여)는 “여대야소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나갈지 관심이 많다”며 “승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쟁은 이제 국회 밖에서 하고 안에선 국회가 할 일을 해 달라”며 “국민은 의원들이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뽑았음을 잊지 말라”고 밝혔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서진영(徐鎭英) 교수는 “이번 선거는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 기회이면서 동시에 부담”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얻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으니 ‘코드정치’보다는 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金晧起) 교수는 “국회는 그동안 국가비전 제시와 갈등 조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미숙했다”며 “17대 국회는 통합과 상생의 리더십으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에 깊어진 골을 메워 달라”고 부탁했다.

▽“잘사는 사람이 많은 나라를…”=과일노점상 김영수씨(49)는 “경기가 갈수록 나빠져 살기가 힘들다”며 “싸우지만 말고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원종국씨(33)는 “일자리가 많아져서 젊은 사람들이 씩씩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택 시인(56·전북 임실군 덕치초교 교사)은 “이번에도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해 부끄럽고 답답하다”며 “17대 국회에서는 각 정당이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의 모습이 뚜렷한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두미화원 김희봉씨(45)는 “대학생 고등학생인 두 딸 앞으로 1년에 1200만원가량이 들어가 서민들은 아이들 크는 것도 겁난다”며 “서민의 속사정을 살펴 봐 달라”고 당부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하루 빨리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국민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애써 달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정치학과 박원탁(朴源卓) 교수는 “여당은 자만하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더 잘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써 달라”며 “분배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잘사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대 반 우려 반’=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첫 원내 진출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김현균(金賢均) 교수는 “그동안 진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되는 통로가 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지도자원봉사자 이종수씨(43)는 “민주노동당의 진출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지지층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당의 원내 과반의석 확보로 참여정부의 개혁작업 가속화에 기대를 건다는 의견과 독주가 우려된다는 견해가 맞섰다.

회사원 임소영씨(38·여)는 “여당이 안정 의석을 확보해 이후 정국이 안정되고 개혁에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윤소연씨(30·여)는 “과반을 차지한 여당이 국정을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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