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갈등 벌써 돌출…명계남-문성근씨 탈당선언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51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명계남(明桂男)씨가 지난달 25일 서울대 강연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명씨의 발언은 최근 문성근(文盛瑾)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의 분당 발언에 이어 나온 것으로 명씨와 문씨는 파문이 확산되자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이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조선일보는 명씨가 2월 25일 서울대에서 학생 700여명을 상대로 ‘조선일보와 탄핵과의 말 못할 관계’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면서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왕창 올라가면서 똥 묻은 사람, 흙 묻은 사람이 더 많이 몰려오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어서 빨리 쪼개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명씨와 문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정당이 미국 등 선진국처럼 합리적 보수와 개혁 진보진영으로 분화되어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로 개인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또 “연설 내용을 거두절미해 자극적인 부분만을 뽑아 열린우리당의 분당을 바라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진의를 과장, 확대,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씨와 문씨는 “당적을 정리하고 시민자원 봉사자로서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탈당했다.

한편 당내 진보 세력의 대표격인 유시민(柳時敏)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내가 노사모와 개혁당 등 ‘친노(親盧)세력’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열린우리당이 분당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진보-보수세력 사이의 갈등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 등에서 증폭되면서 이 같은 분당 발언이 나온 점에 비추어 총선 이후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문성근-명계남씨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

<조선일보>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편파·왜곡보도를 즉각 중단하라

저희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어 정치개혁과 국정안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당에 들어왔으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

저희는 누차 강조했듯이 직업정치인이 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방송인이고 배우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개인적 입장을 밝혀오곤 했다.

열린우리당 내에는 보수와 중도, 진보 등 다양한 성향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당이 장차 진성당원을 중심으로 국민으로부터 더 큰 지지를 받는 국민정당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3월 25일 명계남의 서울대학교 초청강연은 탄핵사태의 위급성과 청·장년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자리였다. 여기에서 나온 관련 발언은 진보적 입장을 가진 한 대학생의 질문-왜 우리당을 지지해야 하는가-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것으로,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과 정당정치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관해 명계남의 개인적 의견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3월 30일 <미디어 다음>과 인터뷰한 문성근의 발언 요지 또한 중장기적으로 정치 환경에 따라 정당정치가 정책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의식이 성장하여 우리나라 정당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처럼 합리적 보수와 개혁 진보진영으로 제대로 분화되어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뜻으로 개인적 입장을 표명한 것인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우리당 당내 세력들이 심각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편가르기와 이간질을 조장하고 있으며, 우리당이 총선 후에 곧바로 분당되는 것처럼 비치게 하여 우리당 당원 및 우리당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기득권세력이 열린우리당을 흔들고 공격하는 것은 이 땅의 모든 개혁세력을 흔들고 공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이는 <조선일보>의 위기감의 발로이다. 우리 두 사람의 발언과 관련한 보도는 그동안 <조선일보>가 상징조작 해온 두 사람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열린우리당과 개혁의회 달성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자 하는 비열한 방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저희 두 사람은 현재 우리당 후보 당선을 위해 유세를 다니고 있다. 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입장에서 분당을 바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저희의 발언 내용을 거두절미해 자극적인 부분만을 뽑아 마치 우리당의 분당을 바라는 것처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이런 진의를 과장, 확대, 왜곡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개인적인 입장을 말해온 내용들이 수구언론이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데 빌미로 활용되고 있어 전국정당을 위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당 후보자들과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부터 당적을 정리하고 지난 대선 이래 일관되게 가져온 시민 자원봉사자로서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번 총선을 전후로 열린우리당이 결코 분당되지 않으니, 안심하시고 압도적인 지지로 열린우리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 달라. 차떼기당, 서청원 탈옥과 대통령 탄핵 주범인 한나라당을 준엄히 표로서 심판해 달라.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의 쿠데타 선동으로부터 시작된 수구세력의 준동이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저들은 총선이 한나라당에 불리해질 것으로 보이자 공공연한 협박과 왜곡 편파보도, 흑색선전을 자행하고 있다.

수구언론의 대표적 기관지인 <조선일보>는 총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총선 개입에서 손을 떼라. <조선일보>는 우리당을 이간질하려는 획책을 즉각 중단하라.

2004년 4월 6일

문성근·명계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