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증거조사 수용되면 ‘측근비리-경제파탄’ 변수 될수도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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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적절한’ 증거조사 신청이 들어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의 심판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건의 주심인 주선회(周善會) 재판관이 27일 “소추사실 입증에 필요한 증거조사 요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이 사건이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

증거조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소추위원측은 사실관계가 이미 확정돼 법리적 판단만 남은 선거법 위반 부분보다는 측근비리와 경제파탄 등 노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모호한 두 가지 탄핵사유와 관련한 증거조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측근인 안희정(安熙正·구속)씨나 최도술(崔導術·구속)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또 노 대통령이 경제파탄과 연관돼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얻기 위해 관련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 등이 잇따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이 사건에 대한 판결 시기가 늦춰지고, 대통령 부재에 따른 국정공백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

소추위원측은 대통령에 대한 신문 신청 및 증거조사 방침을 굳힌 상태. 따라서 앞으로의 관심사는 헌재가 어느 수준까지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헌재는 일단 탄핵사유로 제시된 사안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증거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거조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탄핵사유의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헌재의 고민이다. 또 재판부가 탄핵사유의 적절성에 대해 어느 정도 먼저 판단을 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증거조사 신청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우선 증거조사부터 허용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상 측근비리처럼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자료를 요청할 수 없고, 경제파탄 부분의 경우 노 대통령과의 직접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증거조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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