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탄핵공조’ 가속화]“총선역풍 차단” 명분쌓기 주력

  • 입력 2004년 3월 5일 18시 43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향해 탄핵 공세의 칼날을 세우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직접적인 행동에 돌입하는 대신 명분 쌓기에 주력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카드가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의 성격을 가진 만큼 명분에서 여권을 압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 측근 비리 및 불법대선자금의 열린우리당 창당자금 유입 의혹 확산도 탄핵 공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 공세는 민주당이 선도하는 양상이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할 노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 행위와 헌법 파괴적 태도를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어 “헌정질서 수호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국회의 신성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탄핵 추진은) 헌정 수호를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초당적인 동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탄핵의 의미를 헌정수호에 맞춘 것은 “탄핵 추진은 추락하는 당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한 총선 전략”이란 여권의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한 성격이 짙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상임중앙위원회의를 갖고 탄핵소추 발의안의 국회 제출 시기와 발의안 내용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다른 야당과의 비공식 접촉에도 나서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도 탄핵 추진 방침을 계기로 당내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정 이전에 법률적으로 탄핵 사유는 충분했다”며 “남은 정치적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이 지난 1년처럼 남은 4년간 국가를 경영할 경우 경제와 안보가 파탄에 빠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신중하게 추진하되 총무에게 일임한다’는 전날 운영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추인하면서도 탄핵추진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영남권 중진들은 즉각적인 탄핵 주장을 폈다. 김광원(金光元) 의원은 “17대 국회로 넘어가면 탄핵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필패한다”며 “8∼1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탄핵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은 신중론으로 맞섰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은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물러나면 불안해하는 이중적 사고를 갖고 있다”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명분이 더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총무는 “지도부는 특정 방향을 정해놓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며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밀고나가겠다”고만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의 추이를 살피며 후속 카드를 내놓을 태세다.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은 “탄핵 추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공세 차단에 부심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당 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우리는 지금 구태정치세력을 눌러 이기느냐, 아니면 주저앉아 패퇴하느냐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며 “한-민 양당은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무엇이 돌아갈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