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盧선거법위반 중대사유로 보기 어려워”

  • 입력 2004년 3월 5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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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것이 ‘법리적 측면’에서 따져볼 때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까.

이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대체로 ‘무리’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할 경우 징계의 종류가 ‘파면’ 한 가지뿐이어서 큰 국정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탄핵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다수 헌법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헌법이 대통령 탄핵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직무 집행상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의 의미를 ‘파면할 정도가 되는 중요한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로 범위를 좁혀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연구관 출신의 황도수(黃道洙) 변호사는 “이번 사안으로 대통령을 공직에서 파면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탄핵요건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노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리면서 적용한 선거법 9조(선거중립의무 위반)는 ‘훈시(訓示)적 규정’으로 처벌조항조차 없는데 이를 근거로 탄핵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견해다. 선거법 255조(부정선거운동 위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선거법 9조 위반은 처벌 규정이 없다.

서울대 법대 조국(曺國) 교수는 “위법한 행위라 해도 그 행위가 탄핵에 해당하는 정도의 위법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박찬운(朴燦運) 이사는 “대통령은 대표적인 정무(政務)직 공무원”이라며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특정 정당 지지를 ‘강요하거나 권유’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시’한 것을 이유로 탄핵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보수층 변호사모임인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의 임광규(林炚圭) 변호사조차 “노 대통령이 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그것이 탄핵에 해당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된다고 해도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를 제출하게 되며, 헌재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다. 탄핵 결정이 내려지려면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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