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 중간 점검]상향식 공천, 현실에 막혀 ‘용두사미’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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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이 4·15총선에 내보낼 후보들을 속속 확정하면서 공천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당초 각 당이 과거의 밀실공천을 지양하고 ‘상향식 공천(경선)’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일부에선 중앙집권적인 공천방식쪽으로 ‘U턴’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경선은 각 정당에 먹기는 어렵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鷄肋)’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공천기준 싸고 곳곳 잡음▼

공천작업이 당초 내걸었던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투명한 공천’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당내 곳곳에서 제기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개정된 당헌 당규에 따른 국민참여 경선이 공천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현행 227개 지구당 가운데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지역은 서울 관악을 등 5곳, 여론조사만으로 또는 여론조사조차 없이 ‘잠정적 단수공천지역’으로 결정한 곳은 무려 절반 가까운 103곳에 이른다.

또한 공천심사 기준의 공정성,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특정인을 물갈이하거나 공천하기 위한 밀실공천, 사천(私薦)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소속 의원들의 집단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북 경산-청도의 경우 당 심사위는 최경환 한국경제 논설위원과 조건호 변호사로 압축해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실제 여론조사에선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도 끼워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주의 박시균(朴是均) 의원도 여론조사 결과 다른 경쟁후보보다 절대적 우세로 나오고 있지만 심사위는 서류심사를 계속하기로 해 심사기준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영남 일부지역에선 심사기준에 불만을 품은 일부 현역의원들의 탈당설이 나돌아 최병렬(崔秉烈)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상향식 원칙’흔들▼

전 지역에 대해 상향식 공천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정한 당헌 당규에도 불구하고 초반 공천에서는 중앙당이 후보를 단수로 결정하는 지역이 많은 편이다.

8일까지 심사를 마친 83개 지역구 중 단수후보를 확정한 곳이 58개이고, 경선 지역은 25개 지역구에 불과하다.

경선 실시를 둘러싼 후보자간 또는 중앙당과 후보자간 이견이 첨예한 곳이 많아 적잖은 후유증도 예상된다. 경기 성남 수정의 경우 4일 상임중앙위원회의장에 이윤수(李允洙) 의원이 나타나 “중앙당이 전력에 문제가 있는 인사를 데려와 나와 경선을 붙이려 하고 있다”며 “경선을 거부하겠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반대로 전남 담양-곡성-장성은 김효석(金孝錫) 의원이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 수용’을 선언했으나 지역에서 표밭을 갈아온 국창근(鞠창根) 전 의원이 전 당원 경선 또는 국민참여형 경선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 금천은 김기영(金箕英) 전 서울시의장을 경선 후보에 포함시킨 데 대해 다른 후보들이, 노원을은 최모 변호사를 영입해 공천하려는 데 대해 지구당 내에서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3월 10일경까지 지역별로 후보자를 정하고 일정한 자격심사 과정을 거쳐서 확정한 다음 3월 15일경 공천자대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신인참여 벽"▼

현행 227개 지구당 중 단일후보지역 33곳, 경선지역 12곳 등 총 45곳에서 공천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가야 할 길이 훨씬 멀고 험난하다.

우선 단일후보지역으로 선정된 33곳 중 3분의 2가량이 현역의원 또는 민주당 전국구 출신 전직 의원들로 채워진 것이 논란거리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공천을 신청한 개혁당 출신 김용준씨는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한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한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며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반발했다.

경선이 확정됐거나 앞으로 확정될 지역의 경우도 후보자들간에 경쟁이 치열해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우선 8일 경기 안성, 서울 강서을과 함께 경선이 예정됐던 대전 대덕과 전북 군산은 후보자들간의 합의 도출에 실패해 경선이 연기됐다. 이 중 대전 대덕은 경선 공탁금 문제로 경선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강봉균(康奉均) 의원과 함운경(咸雲炅) 군산미래발전연구소장이 격돌한 군산의 경우 선거인단의 연령층별 가중치를 둘지를 놓고 양측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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