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軍당국간 대화채널 구축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정세현 통일부장관(왼쪽)이 6일 제13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을 떠나는 김영성 북측 대표단장을 배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금강산관광 중단 위협 및 개성공단 개발 문제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세현 통일부장관(왼쪽)이 6일 제13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을 떠나는 김영성 북측 대표단장을 배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금강산관광 중단 위협 및 개성공단 개발 문제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사진공동취재단
제13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장성급 회담’이라는 남북 군 당국간 대화 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남북의 군사당국간 대화는 2000년 국방장관 회담 이후론 진척이 없었다. 그동안 대령급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남북간 철도연결을 위한 실무협의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제도화된 틀이 마련된 것을 큰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간의 대치상황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장성급 회담이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군 당국간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담 대표단 관계자가 “서해안 꽃게잡이를 둘러싼 충돌 등 쉬운 것부터 차곡차곡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장성급 회담에서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鄭永泰)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교류에 보수적이던 북한 군부가 장성급 회담에 동의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북한도 서방세계에 유연한 자세를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은 이 밖에 “2차 6자회담이 결실 있는 회담이 되도록 남북이 노력한다”고 합의했지만 실효성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총련계 언론인 조선신보는 인터넷판에서 “북한이 핵활동을 동결하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보상하라는 북한의 요구에서 ‘동결’이란 의미는 핵 폐기를 위한 첫 단계”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측이 핵의 폐기 문제에 관해 종전보다 진일보한 의사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핵 동결만으론 부족하다. 핵 폐기가 전제돼야 안전보장을 문서로 보장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미국의 간섭으로 인해 남북 경제협력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시종일관 비난했다. 이 때문에 남북 양측은 남북경협의 속도 문제 등을 놓고 장시간 입씨름을 벌여야 했다.

결국 양측은 공동보도문에서 기존에 합의한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본격개발, 시범단지 1만평 올 상반기 중 착공’ 방침을 재확인했다. 남북은 또 개성공단 체류 근로자의 신변안전 등을 규정한 통행합의서에 공식 서명해 개성공단 개발의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한편 북측은 봄철을 맞아 20만t 규모의 비료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쌀 지원은 요청하지 않았다. 남북은 다음달 4일 열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예정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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