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난 친인척 관리가 문제다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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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억원 모금설’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사돈 민경찬씨가 구속됐다. 자신이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종합병원의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며 한 업자에게서 5억여원을 받아 가로챘다는 사기 혐의다. 대통령 측근들이 비리혐의로 줄줄이 구속된 마당에 또 다시 친인척의 구속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653억원을 모금했다고 주장했던 민씨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꿔 지금은 모금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권력을 등에 업고 모금을 했든, 아니면 자기과시를 위해 거짓말을 했든 국민은 우롱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민씨가 대통령의 사돈이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민씨는 말할 것도 없고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맡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들의 ‘잡음’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으로 접근하다 문제를 더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면 조사를 적당히 하고 대충 덮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양길승 파문’ 등 몇몇 사건이 그랬다. 이번에도 ‘관리 대상’인 민씨를 방치하고,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신속히 대처하지 않아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정부실패로까지 이어진 역대 정권의 친인척 비리를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다. 청와대는 민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별도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민정라인의 책임을 묻고 구멍 난 친인척관리 시스템도 대폭 뜯어고쳐야 한다. 다시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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