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억모금 실체 안밝히나 못밝히나…경찰, 민경찬씨 구속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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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閔景燦)씨의 653억원 모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6일 민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강형주(姜炯周) 부장판사는 이날 “높은 처단형이 예상돼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민씨는 경기 이천시에 종합병원인 이천중앙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식당운영권 등을 미끼로 지난해 5∼9월 박모씨(50·부동산업자)에게서 8차례에 걸쳐 5억305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에서 “민씨가 80여억원의 빚을 져 종합병원을 지을 능력이 없으면서 박씨를 속여 돈을 가로챘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씨가 박씨 외에도 2, 3명에게 이 병원 수익시설 운영권을 미끼로 거액을 받았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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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씨는 경찰에서 “지난달 15일 한 주간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653억원을 모금했다고 말한 것이 상상외로 파장이 커졌다”며 “겁이 나고 당황해 계속 거짓말을 했으며 실제 653억원을 모금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상원(李相元) 경찰청 특수수사과장도 “현재까지 모금 의혹의 실체가 드러난 게 없으며 이에 대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민주당이 자금 모금의 핵심인물로 지목한 의료기기납품업자 김모씨(47) 등 6, 7명을 조사했다. 김씨는 “나는 민씨에게 2억원을 빼앗긴 피해자”라며 “억울해서 자진출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씨의 최근 3개월간 전화 통화 명세를 확보해 민씨와 통화한 모든 사람의 계좌를 추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올 1월 이천중앙병원 전산프로그램 계약자인 M사의 박모 대표에게 연하장을 보냈다”며 연하장 사본을 공개하고 “청와대가 이 사건에 개입돼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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