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 의혹]단순 사기극이냐 권력형 비리냐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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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를 4일 긴급체포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은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의 우선 수사대상은 모금과정에서의 실정법 위반 여부. 그러나 민씨 사건에 대해 정치권과 세간의 관심이 워낙 큰 만큼 보다 본질적인 부분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수사의 초점은 크게 두 갈래. 우선 민씨가 어떤 목적으로 653억원이라는 거금을 모았는지와 투자자가 누구인지다. 또 모금과정에서 대통령 사돈이라는 점을 악용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비리’냐 ‘권력형 비리’냐=특히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모금 목적. 민씨는 금융감독원에서 이 돈을 유가증권과 벤처, 부동산 등에 투자할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민씨는 “돈은 모았지만 어떻게 쓸지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민씨는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 관리인이며 653억원은 올해 총선을 대비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야권의 주장과 달리 이 돈은 정치자금과 상관이 없을 경우 민씨 주장대로 순수한 펀드 투자금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민씨가 뚜렷한 투자목적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거금을 모은 점으로 볼 때 민씨가 돈을 개인적으로 챙기려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누가 투자했나=투자자의 신원과 투자규모도 관심거리다. 야권의 주장처럼 현역 차관급 이상 인사 등 거물급이 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면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수도 47명과 65명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집중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설명회는 물론 계약서도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평균 14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맡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투자자 신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민정수석실 등에서 이 사실을 알고 방치했는지도 주요 관심사나 경찰이 이 대목까지 수사할지는 미지수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모금 주도역 민상철씨는…▼

민경찬씨의 펀드 모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동생 민상철(閔相喆·41)씨는 민경찬씨에 앞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민상철씨는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으면서 관심을 끌었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작년 초 노 대통령의 형 건평(健平)씨 명의로 되어 있던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이 민상철씨 앞으로 명의 이전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김 의원은 “특별한 소득도 없고 카드 연체로 신용불량 경력이 있는 사람이 수십억원대의 땅을 살 수 있겠느냐”며 자금 출처에 의혹을 제기했다.

민상철씨는 또 노 대통령이 경영에 참여한 생수회사 장수천이 2001년 부도 처리되자 장수천이 담보로 제공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땅을 약 12억원에 낙찰받았다.당시 민씨가 진영 땅을 구입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중학교 동창이자 측근인 선봉술씨의 부인 박모씨에게서 6억원을 빌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실제 자금원은 노 대통령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상철씨는 작년 9월 말 노 대통령 주변의 금융 및 부동산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민상철씨는 형 경찬씨가 2002년 개업한 경기 김포시 푸른솔병원의 부원장(이사)으로 근무하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야당 의원들은 당시 “민경찬씨가 병원을 짓기 위해 은행 등 50여곳에서 최소 7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사돈’이라는 신분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상철씨는 푸른솔병원 개업 이후 병원 부지 내 다가구주택에서 형과 함께 살았다. 그러다 작년 5월 병원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병원을 떠났으며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작년 5월 경남 마산시 오동동의 한 지인(知人) 집으로 전입했으나 실제 거주는 하지 않고 있다.

건평씨의 부인인 누나 민미영씨는 “경찬이는 가끔 연락이 오지만 상철이는 전혀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민상철씨는 얼마 전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고 있지만 경찰의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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