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遷都를 국운상승 기회 활용”…대통령 정책실 기획단 책자

  • 입력 2004년 2월 2일 0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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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은 최근 발간한 ‘한국과 세계의 수도’라는 책자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한국 역대 왕조의 천도(遷都)와 연결시키면서 천도가 국운 상승과 분위기 쇄신의 기회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노무현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에서 “구(舊)세력의 뿌리를 떠나서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터를 잡기 위해 천도가 필요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자는 독일 브라질 등 외국의 수도 이전에 대해 ‘천도’와 ‘수도 이전’이라는 표현을 섞어 썼다. 기획단은 지난해 발간한 행정수도 이전 관련 책자에선 ‘천도’ 대신 ‘수도 이전’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기획단은 책자에서 고구려의 평양으로의 마지막 천도는 ‘도읍 옮기기에 그치지 않고 나라 바꾸기를 시도한 하나의 개혁이었다’는 평가를 학계에서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천도 경험이 없는 신라에 대해 “신문왕은 왕권 강화와 새로운 신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689년에 대구(달구벌)로 천도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이와 함께 여러 가지 개혁 정책이 시도되었으나 무산되었다”고 평가했다.

백제의 사비성 천도에 대해서는 “급히 옮겨진 웅진(공주)이 협소했던 것도 원인이었으나 왕권 강화와 좀 더 넓고 경제적 여건이 좋은 곳으로 천도를 단행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소개했다.

기획단은 이 책자의 인사말과 맺음말을 통해 “우리나라 역대 국가의 천도 과정을 살펴보면 자의든 타의든 국가의 국운 상승과 분위기 쇄신의 기회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독일 통일 후 베를린으로의 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베를린은 수도 이전 후 전 세계적 경제 침체, 동독지역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에서의 저급 노동자의 유입 등으로 인해 경기 불황과 높은 실업률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면서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룩하기 전이라도 북한 주민의 일시 유입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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