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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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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결국 크게 화를 냈다. 이날 오후 4시20분경 국회 본회의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표결 처리를 위한 찬반토론을 진행하려다 농촌 출신 의원 40여명이 단상에 몰려와 회의 진행을 방해하자 박 의장은 이들을 통렬히 꾸짖기 시작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경기 여주) 의원 등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하자 “왜 이런 식으로 토론을 방해하느냐. 왜 이리 당당하지 못하냐”고 일갈했다. 이에 농촌 의원들이 단상 마이크를 끄고 정회를 요구하자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절대 의장석에서 물러나지 않겠다. 왜 이렇게 비굴하게 구느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정일(李正一·전남 해남-진도) 의원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장석을 점거하려 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이런 모습을 보면 17대에 진출할 후배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결코 좋은 모습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들이 잠시 주춤하자 박 의장은 “16대 하반기 국회를 운영하면서 내가 한 번도 날치기를 주도한 적이 없다. 반대하고 싶으면 자리에 앉아 반대 토론에 임하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국회의원의 도리가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이규택 의원 등이 “오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동의안 처리를 요청하려고 직접 의장을 찾았기 때문에 이런 것이냐”고 물러서지 않자, 박 의장은 “내가 권위주의 시절 의장이냐. 왜 나를 못 믿느냐. 대통령이 왔다고 억지로 통과시킬 것으로 보느냐. 행정부와 국회가 협의할 것은 해야 한다”고 거듭 질타했다.
이후 농촌 의원들은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아갔고 ‘농성’ 1시간 뒤인 오후 5시20분경 찬반 토론에 들어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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