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캠프 불법자금 추적 기업들 비협조로 수사난항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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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으나 노무현 후보 캠프가 불법 모금한 돈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낸 뒤 이들 기업이 노 후보측에 전달한 대선자금 추적에 본격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안희정(安熙正) 전 노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등 노 대통령 측근들이 모금한 불법자금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른바 5대 기업 등 재벌기업들이 노 후보측에 전달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대 기업은 물론 롯데 한진 한화 두산 금호 효성 등 10대 기업들이 “노 후보측에 불법으로 제공한 선거자금은 없다”거나 그중 일부는 “있더라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들 기업은 대부분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이후 5년 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충분한 정치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대선 때 불법자금을 더 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권세력에 제공한 불법 선거자금을 시인하면 정치보복 등 불이익이 예상돼 함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부채비율이 높은 일부 기업은 “집권층이 앙심을 품고 자금줄을 막아 버리면 우린 금방 죽는다”며 결사적으로 불법자금 전달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내가 받은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노 대통령 발언 이후 기업들의 비협조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수사팀 관계자들은 “특히 삼성과 현대차 등이 주장하는 내용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1월 말까지 10대 기업이 한나라당과 노 후보 캠프 양측에 제공한 대선자금의 윤곽을 밝혀낼 계획이지만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시한을 두지 않고 비자금 등을 원점에서 조사하겠다는 것.

이 같은 강수의 배경에는 10대 기업 수사에서 한계를 드러내면 형평성 시비는 물론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 이어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가 또다시 대두될 것이라는 검찰의 고민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10대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및 비자금 조사 등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1월 말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과의 긴장감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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